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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12)] 3월 15일(화)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5.17 15:00 의견 0

코로나 가족이 된지, 12일째입니다. 천천히 일상으로 회복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별일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어머니도 정상적으로 회복 중이셨습니다. 그래서 곧 코로나 가족 상황이 끝날 거로 기대했습니다. 어제부터 등원, 등교를 시작한 두 딸의 도시락을 준비해주고, 아침을 먹이고 등원과 등교를 도와줬습니다. 조금 쌓여있던 빨래를 하고,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산책하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늘만 지나면, 끝이다!’

어머니께서는 여전히 격리된 상황이었지만, 바로 내일이 격리 해제일이었습니다. 누구보다 간절히 오늘과 같은 하루를 기다렸던 저였습니다. 이제 아내도 들어오고, 다시 가족다운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조금 피곤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으니, 스스로 슈퍼 면역체라도 보유한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확진 자 3명과 함께 10일 이상을 같이 지냈는데도, 확진되지 않았으니 아주 조금, 자만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제 내가 미뤄뒀던 일들을 하면 되겠다.’

오후가 되니,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아는 정상적으로 학원에도 갔고요. 집에 할머니가 계셔서 주아는 잠시 집에 두고, 통원 버스 타는 곳까지 안아를 데려다 줬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년째인데, 뭐가 불안해서 이리도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지….

그런 다음 오랜만에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들겼습니다. 오랜만에 일을 하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보통 카페에 자리 잡고 앉으면 3시간 정도는 거뜬히 일처리를 하는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이 곳으로 이사 와서 단골이 된 카페 사장님께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저에게 말씀을 거셨습니다.

“네, 오랜만에 일 하려니까 힘 드네요.”

집에 돌아와 주아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안아의 하원 시간에 맞춰 배웅을 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챙겨주고 평소 제 루틴대로 휘트니스에 갔습니다.

루틴은 평소와 같은데, 몸은 평소 같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보통사람은 운동량을 줄이거나, 가벼운 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운동 중독에 가까운 사람들은 ‘요즘 제대로 운동을 못해서 이런 증상이 생겼나 보다!’라고 각성하면서 더 열심히 운동을 합니다. 횟수도 늘리고, 중량도 늘리고. 정말 탈진에 가까울 때까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운동을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극기 훈련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쇠 질을 합니다.

땀이 날 정도로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도 몸이 무겁습니다. 땀이 나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아이들을 재웠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침을 삼키는 데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았습니다.

‘어? 뭐지?’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40년 넘게 살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격리 해제된 막내 동생한테 전화했습니다.

“형인데, 너 확진됐을 때 목 상태가 어땠어?”
“어, 처음에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러다가 아프더라고.”
“나도 그런 증상이 있는데, 나도 걸린 거 같다. 참, 이게 뭔지….”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괜찮다가 온 가족이 다 해제된 후에 제가 걸린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확진 판정을 받은 게 아니니 확진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불안했습니다.

‘내일 신속항원 검사하러 가자!’

그동안 규정이 바뀌어서 신속항원만으로도 확진 판단이 가능했으니, 굳이 PCR 검사를 하러 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근심의 짙은 먹구름이 깔린 어두컴컴한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도 바늘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빛처럼 작은 희망은 항상 있는 법입니다.

‘아니겠지?’
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알 수 없는 상태의 목을 감싸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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