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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코로나19와 일본의 ‘긴급사태’ 선포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4.09 13:29 | 최종 수정 2020.04.09 13:36 의견 0

지난 4월 7일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제까지의 일본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게 일부 국민들과 야당은 한 목소리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늦었다면서 조기에 긴급사태 선언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상한 형국이었다.

◇지지율하락과 긴급대책 선포

4월 4∼5일 JNN여론 조사결과에 의하면 아베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5.7%포인트 하락한 43.2%를 보였으며, ‘코로나 19 관련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한다’는 여론이 80%를 차지했다.

아베 스캔들과 관련있는 공무원 자살로 ‘사학재단비리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73%이었지만,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39% 수준으로 나왔다.

이런 상황을 볼 때 ①아베총리의 조치는 자신의 스캔들로부터 관심을 전환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또 다른 묘수’를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②총리 자신이 경기 하락 등을 우려해 심사숙고하였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③전문가 집단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식시켜 실패했을 경우의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도 회피했다.

(정회주 작성. JNN 참고)

◇초기대응의 중요성과 지지율 하락

이번 긴급사태 선포를 둘러싸고 아베 내각은 미국 혹은 유럽처럼 강제성이 담보되지 않은 말로만의 조치를 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다시 말해 일본 국민성을 보면 정부지침을 잘 따르고 타인의 시선의 의식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의문도 생기는데, 결국 이번 조치도 2017년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전형적인 의학적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이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입증하듯, 방송인 가운데 한명은 “(아베 내각은) 일부러 기다리고 있다. 오버슈트(감염자 폭발적 증가)를... 오버슈트를 기다렸다가 규제를 가한다”고 언급했다.(타마가와, 4월 6일 ‘하토리신이치 모닝쇼’)

결국 감염자 검사를 정책적으로 제한하면서, 뒷북 대응을 취하고 대도시를 “코로나 냄비(コロナ鍋)”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베정권의 암반 지지자중 하나인 극우 작가 ‘햐쿠다나오키’ 마저도 “세계 각국 대비 느긋한 대응”이라고 비난(4월 7일)했고, 주일 미국대사관도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가 검진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있어 일본 체류중인 미국인의 조기귀국을 종용했다.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신속한 대처를 표방하던 이제까지의 아베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이번의 조치는 올림픽 개최라는 외면적 대의 명분을 취하면서 국민들이 인내하도록 언론을 유도해 왔고, 결정적인 정보는 숨기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한 것이다.

(정회주 작성)

의료붕괴를 유발하지 않으려는 조치라는 일본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투명한 정보공개가 선행되지 않는 등 이번 일본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

먼저 연간 폐렴으로 인한 일본 내 사망자가 약 12만 명 정도 되는데, 지금 일본에서는 폐렴으로 사망한 것인지, 코로나19로 사망했는지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산 사람도 감염 조사하기 벅찬 상태라 사체를 두고 검사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이다.

또한 병상 등 의료시설과 장비 부족으로 인해 패닉을 두려워 했다는 정부의 설명도 부족하다.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고 다소의 희생도 동반되었지만 한국과 독일은 정확한 검사를 통해 수습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 숙소 등을 이용한 가벼운 증세의 환자들을 격리하면서 조기에 수습했다.

(정회주 제공)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주장만을 반복하면서 ‘드라이브 스루’ 등 한국이 취한 방법은 취하고 싶지 않다는 나름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방송에서 비난을 하게 되면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억지 비난을 하였다.

결국 이와같은 일본 정부의 의도는 한가지로 귀결된다. 자민당이 생긴 후 수 십년 동안 추진해 오던 헌법개정의 핵심인 긴급사태를 경험하면서 정권이 추진하게 되면 동반하게 되는 국민적 반발을 없앤 것이다. 아베정권 이후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온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의식을 자연스럽게 긍정적 분위기로 만든 것이다. 스스로 만든 “코로나 냄비(コロナ鍋)”로 인해 지금 일본은 국민들 자신이 긴급사태 선언을 하도록 아베정부에게 요청한 형국이 되어버린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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