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고인이 된 신해철의 운명을 예견한 사연을 담고 있는 노래
조용필의 ‘한강’, 거침없이 흘러가는 한강에 ‘삶’의 다양한 모습 담아

부활 3집의 타이틀 곡 [사랑할수록]과, 부활 8집의 [네버 엔딩 스토리]로, 한국 발라드 락의 정상에 올랐던, 부활의 김태원이 사랑한 한국 대중가요 속 최고의 가사는 무엇일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한국 록의 자존심,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고인이 된 신해철이 만든 노래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 전체’가 최고의 가사라고 극찬했다. 
김태원의 신해철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1부에서 언급했다시피, 고등학생 시절의 신해철은 수시로 부활의 연습실을 찾아서, 음악적 자문을 김태원에게 구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민물장어의 꿈]은 신해철의 운명을 예견한 사연을 담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민물장어의 꿈]은, 1999년 11월에 발표한 그의 [Homemade Cokies & 99 Crom Live]라는 앨범에 처음 실린 노래인데, 신해철은 2010년 6월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었다. 

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동영상 출처=유투브 채널 Syoung P.)

“ ..제가 만들었지만 뜨지 않은 노래중에서,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 노래는 [민물장어의 꿈]입니다. 이 노래는 제가 죽은 사후에나 뜰 것이고, 이 노래는 제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겁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는, 제 묘비명에 새겨질 겁니다...”      

사실 [민물장어의 꿈]은 발표 이후, 오랫동안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신해철이 고인이 된 이후, [민물장어의 꿈]은 그의 인터뷰 내용처럼 다수의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흐느껴 울고 웃다가/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라는 가사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가슴에 깊게 새겨졌다. 

1999년 '민물장어의 꿈'이 발표되기 전에, 신해철은 이미 1991년에 발표했던 2집 'Myself'로, 올해의 가수상,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의 최고 인기가수상을 받는 등, 최고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신해철 2집 'Myself'에는,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던, '재즈카페', '나에게로의 초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의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다. (사진: 신해철의 2집 커버)
1999년 '민물장어의 꿈'이 발표되기 전에, 신해철은 이미 1991년에 발표했던 2집 'Myself'로, 올해의 가수상,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의 최고 인기가수상을 받는 등, 최고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신해철 2집 'Myself'에는,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던, '재즈카페', '나에게로의 초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의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다. (사진: 신해철의 2집 커버)

“...민물장어의 꿈은 신해철이 본인이 노래중에서 베스트 3위로 꼽는 노래...”

필자가 MBC 라디오 PD로 근무할 당시에 , <고스트 스테이션>이라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던, ‘마왕 신해철’은 라디오 방송에서, “... [민물장어의 꿈]은 런던에서 4년, 미국에서 2년의 고달팠던 유학생활을 마칠 무렵에 만든 노래이다. 나는 데뷔하고 인기가 치솟고 모든 것이 상향 그래프를 그릴 때도 '이것은 영원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 노래 중에서 베스트 3위로 꼽는 노래이기도 하다...”며,  이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활의 김태원이,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 전체를, 한국 대중가요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사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 신해철의 민물 장어의 꿈은, 뮤지션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삶에 관한 고백서이기 때문이다..”      

신해철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며 고민하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선배 뮤지션의 입장에서 그를 지켜봐왔던 부활의 김태원에게, 후배 가수의 느닷없는 죽음과 [민물장어의 꿈] 속 자기 고백적인 가사는, 신해철의 삶에 대한 솔직한 독백으로 읽혔으리라.

고(故) 신해철에 대해서는 피터팬PD도 여러가지 기억을 갖고 있다. 
MBC 라디오에 입사 후 얼마 안 되어서, 인기 절정기에 있던 신해철을 매일 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해철이 MBC FM에서 [음악도시]라는, 청취율 1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당시에 피터팬 PD는, 이문세가 별밤지기에서 하차한 이후, 참신한 새 별밤지기로 뽑힌, [이적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조연출을 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매일 밤 마주쳤던, 펑퍼짐한 캐주얼 복장의 ‘보통 사람 신해철’에게는 별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앨범을 듣거나,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도시]의 시장으로 재직하던, 그의 멋진 목소리를 들을 때면, 피터팬 PD도 어느새 그의 팬으로 돌아가 있곤 했었다. 
그만큼 뮤지션 신해철에게는 ‘신비한 카리스마’ 같은 게 늘 따라다녔다. 

김태원에게, 본인이 라디오 DJ라면, (김태원은 실제로 MBC 라디오에서, <원더풀 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신해철의 노래 [민물장어의 꿈]에 이어서, 어떤 곡을 접속곡으로 잇고 싶은지도 물었는데, 조용필의 [한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983년 6월에 발표된 조용필의 5집에는 '친구여', '나는 너 좋아'등의 히트곡과 함께 '한강'이 실려있다. '한강'은 한국적 록 사운드에 대한 조용필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곡이다.(사진=조용필 5집 커버)
1983년 6월에 발표된 조용필의 5집에는 '친구여', '나는 너 좋아'등의 히트곡과 함께 '한강'이 실려있다. '한강'은 한국적 록 사운드에 대한 조용필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곡이다.(사진=조용필 5집 커버)

“... 조용필의 [한강]과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속에는, 민물에서 태어나서 성난 파도 아래까지 이를 수 있는 꿈이 자라고 있어...”

국악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사용해서 ‘한국적 록’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용필의 [한강] 속 가사는, 

한 굽이돌아 / 흐르는 설움
두 굽이돌아 / 넘치는 사랑
한아름 햇살 받아 / 물 그림 그려놓고
밤이면 달빛 받아 / 설움을 지웠다오      

라는 내용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가슴 속에서 도도히 흘러왔던 한강을, 한국적인 정서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태원에게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에 이어서 왜 조용필의 [한강]를 선곡했는지에 대해서 물었는데, 김태원은 대 선배 조용필에 대해서, 한강처럼 ‘거침없이 흘러가는 삶과, 삶에 대한 의식을 노래한 뮤지션’이라고 답해주었다. 

김태원은 고인이 된 후배 가수 신해철과, 대 선배 조용필이라는 뮤지션에 대해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자기고백적 가사’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피터팬PD는 이번 칼럼을 쓰면서, 조용필과 신해철의 추억 속 라이브 영상을, 넋을 잃고 오랜 시간 봤는데, 30여 년~40여 년 전의 히트곡들을, 아직도 가사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설움이 흐르고 사랑이 넘치는 한강‘이라는 민물에서 태어나서, ‘성난 파도 아래 깊이 이를 수 있는 민물장어의 꿈’이, 그들의 노래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PD,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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