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및 유기물 등을 활용한 다양한 분해 방식 연구
그렇다면 폐리튬이온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을까?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와 관련해서는 유럽의 영국과 독일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패러데이연구소의 경우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폐리튬이온배터리 분해를 위해 초음파를 활용하고 있다. 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폐리튬이온배터리 표면에 초음파를 집중시켜 작은 기포를 만든 다음, 이를 통해 표면을 덮고 있는 코팅을 파괴하는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재활용 방식은 기존의 습식제련 분해 방식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더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거대 규모의 배터리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 역시 패러데이연구소와 비슷하게 초음파를 이용하여 폐배터리를 분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셀의 개별 구성요소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초음파를 충격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리튬이온배터리를 포함해 모든 리튬 기반의 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프라운호퍼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반면에 영국이나 독일의 연구소들과는 달리 미국은 유기물을 활용한 친환경적 폐배터리 분해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텍사스 A&M대의 연구진은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에 유기물을 적용하여 분해가 가능한 폐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분해가 되어도 남는 폐기물이 상당히 많지만, 유기물이 적용된 리튬이온배터리는 소재 대부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보다 쉬워진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시작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다양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대표적으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수산화 리튬 형태’로 추출한 후, 다른 주요 물질인 니켈과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SK이노베이션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기존의 폐배터리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성분만 뽑아내 새로운 배터리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국내외에서 충전용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소들은 보다 근본적인 배터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가 가진 안전성 및 경제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바나듐이나 나트륨 같은 소재를 활용한 충전용 배터리가 연구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