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전재판연구관(현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후보)이 서기호 의원(전 판사)을 잘 안다고 해 '상고법원(입법 추진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니 다리를 놔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박병대(62·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57차 공판에서 한 증언이다.
이번 4·15 총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판사 출신 이수진〈사진〉 후보가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입법 로비에 참여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법 개혁에 나섰다는 이유로 양승태 사법 농단 세력으로부터 큰 피해를 입었다"는 그동안의 이 후보의 주장과 상반되는 증언이었다. 이 후보 측은 "애당초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수진 후보가 양승태 대법원으로부터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면 된다"라며 "(그러지 않고) 그가 '상고법원 반대 명확'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는 것은 동문서답(東問西答)이고, 전형적인 프레임 전환 시도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양 변호사는 "이수진 후보는 실제 별다른 피해를 입은 것이 없어 보인다"며 "이불 뒤집어쓰고 대한독립 만세를 부른 것도 만세운동을 한 것일 수는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이 후보가 정치판에 뛰어들 명분으로 '사법 적폐 청산' 선구자를 자처했지만 본인이 '사법 적폐'들과 한 몸처럼 움직인 듯한 과거 행적이 속속 드러나자 말이 꼬이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왔다."2015년 4월2일 일정표를 보면,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 지시에 따라 점심 무렵 이수진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함께 서기호 (당시 정의당의) 의원을 만난 사실이 있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박병대 당시 처장이 지시해서 만난 것은 아니고, (법사위에 속한) 서기호·서영교 의원을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가 인권법 연구회에 있어서 말하기 편하다고 해 (직접) 가서 만났다"며 "이수진 당시 재판연구관이 서기호 의원을 잘 안다고 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도움이 필요하니 다리를 놔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 서기호 전 의원, 이수진 전 재판연구관은 모두 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