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은 팬데믹 시기 ‘정부 역할’ 잘한 나라들, 한국이 대표적”
“중진국 중 15위권은 중국뿐, 일본 13위, 인도․베트남 등도 빠른 발전”
“디지털화, 과학생산, R&D, 지적재산권, 벤처캐피털(VC)이 혁신 주도”

사진은 국제보안엑스포2021 전시장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국제보안엑스포2021 전시장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우리나라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해마다 실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II) 순위에서 스위스, 스웨덴, 영국, 미국 다음으로 세계 5위에 랭크되었다고 해서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GII 상위권 랭크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WIPO가 해당 평가자료를 통해 진단한 ‘코로나19’ 시대의 지구촌 경제․사회․문화의 현주소다. 팬데믹 상황을 맞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어떻게 국정을 이끌고 위기에 대처했는가를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팬데믹 시대를 가장 잘 대처한 상위 5개국에 끼었고, 다른 유럽국가나 중국, 일본보다 앞섰다는 평가다.

GII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WIPO가 유럽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미국 코넬대와 함께 세계 130여 개국의 경제혁신 역량을 측정해 발표하는 지수다. 총 7개 분야, 21개 항목, 81개 세부지표를 토대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글로벌 혁신지수’ 발표 내용 중엔 한국의 사례를 들어 혁신을 견인하는 정부 정책과 장려조치(인센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WIPO는 순위 발표를 위한 평가자료 서두에서 “‘세계 혁신 지수 2021/은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한 대규모 인적 및 경제적 피해 속에서 세계 각지의 정부와 기업이 혁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새로운 아이디어가 대유행했다”면서 “이는 위기 극복과 경제 성장을 보장하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을 증가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과학 생산, 연구개발(R&D), 지적재산권 신청 및 벤처캐피털(VC) 거래에서의 지출은 2020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위기 이전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R&D 지출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있기 전보다 더 큰 회복력을 보였다고 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새로운 GII 기능인 ‘Global Innovation Tracker’(GIT)에 따르면, 위기의 영향은 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고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즉 “소프트웨어, 인터넷 및 통신 기술, 하드웨어 및 전기 장비 산업, 제약 및 생명공학을 포함한 산출물을 보유한 기업들은 혁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R&D 노력을 증가시켰다”면서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유행의 봉쇄 조치로 큰 타격을 입고 운송과 여행과 같은 직접 활동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의 기업들은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GII 2021의 가장 큰 혁신은 COVID-19 백신의 빠른 개발임을 강조했다.

평가보고서에서 WIPO 사무총장인 데이런 탕은 “올해의 세계 혁신 지수는 COVID-19 대유행병이 삶과 생계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문, 특히 디지털화, 기술 및 혁신을 수용한 부문이 주목할 만한 회복력을 보였다”고 말해 팬데믹 시대의 격변 양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가 ‘팬데믹’으로부터 재건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혁신 지수는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대유행으로부터 더 강하게 나올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유일한 도구”라고 평가했다.

WIPO는 특히 ‘혁신 능력과 생산량’에 관한 세계 경제의 연간 순위와 GII에서 선진부국과 나머지 국가들 간의 격차가 큼을 지적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오직 소수의 경제(주체), 대부분이 고소득(국가)만이 지속적으로 그 순위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다만 중국, 터키,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 엄선된 중진국들의 경제가 혁신 지형을 따라잡고 변화시키고 있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스위스, 스웨덴, 미국, 영국은 혁신 순위를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지난 3년 동안 모두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WIPO는 특히 “한국은 2021년에 처음으로 GII 상위 5위 안에 들었음”을 강조했다. 또 싱가포르 (8개), 중국 (12개), 일본 (13개), 홍콩 (14개) 등 4개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상위 15위 안에 들었다고 밝혔다.

WIPO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의 지형은 불균등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북미와 유럽은 지금까지 세계 혁신 지형을 선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오세아니아의 혁신 성과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역동적이었다. 선두 국가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유일한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여전히 상위 30위 안에 드는 유일한 중진국 ”이라며 그 밖에도 50위권에는 불가리아(35위), 말레이시아(36위), 터키(41위), 태국(43위), 베트남(44위), 러시아 연방(45위), 인도(46위), 우크라이나(49위), 몬테네그로(50위) 등이 세계 50위권에 들었음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 이외에 터키, 베트남, 인도, 필리핀이 체계적으로 (선두국들을) 따라잡고 있다.”면서 “이러한 신흥경제국가들은 세계 혁신 지형을 항구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WIPO는 이런 현상에 대해 또 수미트라 두타 코넬 대학의 교수(경영학)의 말을 빌려 “신흥 경제권이 혁신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 중진국들은 더 발전된 경쟁국들과 함께 혁신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흥 경제국들은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기술 이전으로 국내 혁신을 성공적으로 보완하고, 국제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기술적으로 역동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며, 궁극적으로 보다 균형 잡힌 혁신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한편 WIPO는 R&D지출에 초점을 맞춘 ‘GII 2021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혁신에 대한 투자는 2019년에 8.5%의 예외적인 비율로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WIPO에 따르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상위 R&D 지출 경제에 대한 정부 예산 할당은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특히 상위 글로벌 기업 R&D 지출자들은 2020년에 그들의 R&D 지출을 약 10% 증가시켰고, 이러한 R&D 집약적인 기업들 중 60%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WIPO에 따르면 VC(벤처 캐피탈) 거래 건수는 2020년에 5.8% 증가해 지난 10년간의 평균 증가율을 넘어섰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강력한 성장은 북미와 유럽의 감소를 보상하는 것 이상의 것”이라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고, 2021년 1/4분기 수치는 2021년 보다 활기찬 VC 활동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전 세계 과학 기사의 출판이 2020년에 7.6퍼센트 증가”한 점이다. WIPO는 결론적으로 “2021년 GII의 주요 연구 결과 중 상위 경제국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면서 “특히 한국의 눈부신 도약(10~5위)에 더해 프랑스(11위)와 중국(12)의 지난해 성장세가 10위권 진입을 노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IPO는 “이 세 가지 경우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과 인센티브의 지속적인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또 유럽경영대학원의 평가를 인용, “의료 및 생물과학 분야 밖에서도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공공 및 민간)이 지속적으로 풍부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2019년에서 2020년에 걸쳐 일어난 혁신의 추세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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