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시우 [기자에게 문의하기] /
할머니의 인심은 눈으로 내리고...
한티역 5번 출구 앞
도곡 재래시장 입구에는
아침부터 버스에서
시달려온 올망졸망한
고추, 양파, 상추, 시금치가
아직 잠이 덜깬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푸성귀를 다듬는
할머니의 손 마디, 마디에는
세월의 자국이
군데군데 굳은살로 박혀있고
손바닥은 오랜 시간에 아픔처럼 지워졌는지
손금이 없다
장사가 예전같지 않아도
기어코 덤으로
나물들을 한 움큼 더 집어준다
할머니의 후덕한 인심에 반해
콩나물 한 단 더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할머니의 인심처럼
눈이 내린다.
자료제공 : 도서출판 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