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생산 라인 예측부터 처방까지… 제조업에 '인더스트리 5.0' 실현 중인 스페인 페르산

유럽 내 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 가정용품 제조 기업인 페르산(Persán)은 수년 전부터 어느 공장에서나 생산할 수 있는 역동적 모델로 전환하고자 혁신 여정을 시작했다.
 

스페인 다국적 기업 페르산은 80년 이상 가정 및 개인 관리용 제품을 개발, 제조 및 마케팅해 왔으며, 2022년 회계연도에 2,000명 이상의 직원과 6억 6,500만 유로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세비야에 뿌리를 둔 가족 기업으로,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도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페르산의 국제화 계획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2019년이 돼서야 프랑스와 폴란드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세스를 본격화했다. 페르산의 CIO인 제수스 카벳은 "확장 과정은 자체 브랜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자체 브랜드, MDD 유통 브랜드, 위탁 제조 및 유명 브랜드 제조라는 3가지 큰 비즈니스 라인에 기반한 국제적인 모델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10억' 프로젝트
2021년에 프랑스 공장이 통합되고 2023년에 폴란드에 새 공장이 출범하면서 '10억 유로'라는 야심 찬 혁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매출 10억 유로를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완전한 혁신을 이뤄 조직을 다공장, 다제품, 다고객 생산 프로세스를 갖춘 다국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카벳은 "혁신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든 제품을 판매하고 어느 공장에서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카벳은 2021년 입사한 이후, 해당 프로세스를 지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더 광범위한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과 프로세스를 모두 혁신하지 않는 회사를 디지털 방식으로 혁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페르산 같은 글로벌 조직에서는 기술 분야의 변화를 위해 진화된 기업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점이 주요 과제였다. 카벳은 "조직 전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모범 사례와 지표를 통해 프로세스가 보다 횡단적인 글로벌 전략을 따르도록 해야 했다"라고 언급했다.

페르산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지리적 위치에 관계 없이 모든 직원이 정보에 대한 액세스 속도, 이동성, 협업을 실시간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공통 업무 환경을 구현하는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였다. 카벳은 "매우 횡단적인 솔루션인 클라우드를 사용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우선 솔루션을 통해 프로젝트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또는 데스크톱 기기를 통해 회사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모든 문서 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리, 회사 협업이 이 모델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카벳과 IT 부서는 이렇게 구축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로우코드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페르산 래피트 앱 개발 같은 다른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간단하고 빠르게 횡단 프로세스의 많은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직의 데이터 기반 및 AI 전략과 목표를 아우르는 페르산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성공하려면 글로벌하고 강력한 프로세스와 이를 관리할 사람이 필수다. 카벳은 "기술만으로는 데이터 기반 기업을 구축할 수 없다. 프로세스가 횡적이어야 하고, 각 영역이 함께 작동해야 하며, 모든 팀이 공통의 거버넌스 모델에 따라 기능해야 한다. 프로세스가 없는 기술은 큰 가치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CIO의 혁신 과제
회사를 혁신하는 데 있어 카벳이 언급한 주요 과제는 사람에 집중돼 있다. 그는 "수년에 걸쳐 기술은 조직 구조의 변화 속도를 뛰어넘었으며, 더 이상 혁신을 방해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술은 조직의 특수성에 맞지 않거나 적용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반대다. 기술의 사용과 진화에 대해 교육을 받고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은 바로 조직이다"라고 말했다.

카벳에 따르면 클라우드나 SaaS 솔루션이 성장하면서 모든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술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주요 과제는 HR에 대한 접근 방식을 업데이트하는 데 있다며, 카벳은 "변혁을 수용하려면 기술 모델이 프로세스와 모든 사람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최첨단 기술과 조직의 각 영역에서 소중히 여기는 노하우가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프로세스 지향적인 사람들과 함께라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CI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카벳은 현재 CIO의 위치가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지적하며 "CIO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조직이 모든 영역에서 성과를 개선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술은 기본이지만 혁신 프로세스의 마지막 부분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과 기업의 조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조직 내 각 영역의 입장이 돼 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기술과 프로세스로 변환하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기술이 어떻게 동반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더스트리 5.0
수십 년에 걸친 제조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며 연결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조의 과제를 해결하고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시 말해 산업과 IT가 통합돼 스마트 팩토리를 만드는 제조 모델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개념이 진화해 '인더스트리 5.0'이라고 불리고 있다. 카벳에 따르면 이는 지속 가능성, 회복 탄력성, 사람을 핵심 요소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인더스트리 5.0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자산뿐만 아니라 HR, 인재 및 기타 변수를 관리하는 데 있어 매우 분명한 진화를 보여준다. 새로운 공장이 다국적 모델에 따라 통합된 후 페르산은 현재 인더스트리 4.0 및 5.0 개념의 일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자동화, 로봇 공학, 빅데이터 및 AI 프로젝트에서 지속 가능성, 인재 관리, 회복 탄력성이 필수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카벳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핵심 요소이며,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더스트리 5.0은 단순하거나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만큼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전술팀의 명확한 지원이 필요하다. 페르산은 인더스트리 5.0의 글로벌 프레임워크에서 공장 자체를 혁신해 플러그 앤 플레이 모델 또는 표준 프레임워크로 공장을 통합하고 동일한 기준과 프로세스로 관리 및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카벳의 경우 AI 모델로 품질 관리를 개선해 생산 라인의 동작을 예측하고 품질 관리를 미세 조정하며, 생산 프로세스에 대한 예측 정보를 제공해 추가 정보로 제어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런 측면은 제품 품질과 출시일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부가 가치가 높은 프로세스의 실행률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페르산은 AI를 활용한 예측 모델을 통해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공식의 검증과 분석을 가속화할 수 있다.

공통 기반에 도달하기 위한 데이터
페르산의 생산 프로세스를 운영 관점에서 관리하고 예측 및 처방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데이터 분석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고 해당 데이터를 추출한 뒤, 다른 시스템과 혼합해 예측 분석을 수행하는 것 또한 전략적 필수 요소가 됐다.

카벳은 현재 업계에서 IT와 OT 사이의 장벽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촉진제가 되고 있다면서 "훌륭햔 OT 파트너와 IT 파트너가 공존해야 하고, 솔루션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는 두 세계를 융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페르산에서 이루고 있는 일은 회사 자체 생산 시스템과 관리 시스템 사이의 구분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모든 지식을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경쟁 우위를 의미한다. 데이터를 사용해 과거를 살펴볼 뿐만 아니라 AI 모델로 행동을 예측하고 처방한다면 의사 결정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