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의원 출신 김우남 마사회장의 막말 건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물론 이런 부류의 일이 처음 있는 새삼스러운 사건은 아니다. 과거부터 정치인이나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들의 언행이 수도 없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계속 진행형이다. 선거철이면 간이라도 빼 줄듯이 시장통을 돌면서 살갑게 손잡고 다정스럽게 미소 짓던 사람이 자리만 꿰차면 말투나 표정이 돌변한다. 그들 눈에 대중은 단지 자기 성공을 위한 수단쯤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구설수가 비단 의원 고위 공직자들을 비롯한 권력자들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 중에도 직원에게 욕설이나 함부로 대하는 이가 허다하다. 극단의 그들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하게 쓰고 있는 언어나 말투 중에도 잠재적 갑질 의식이 숨겨져 있다.

예컨대 직원을 ‘몇 명 거느리고 있다’, ‘몇 명을 쓴다‘, ’데리고 있다‘가 그것이다. 회사 경영의 한 요소로서 또는 리더 중심의 수단으로써 상대나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의 말투다. 사장뿐인가. 임원 간부도 같은 맥락으로 ’내 밑으로 집합‘,’내 밑에 몇 명 있어’라는 말을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상적 언어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과거 조직중심의 군대 경험, 독재 시대 상시로 당해왔던 익숙한 언어 습관이다. 그 언어 속에는 사람을 자원의 일부 또는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우월적 지위라면 아랫사람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의식의 관행이 잠재적으로 내재하여 있다.

지금 세상은 1950년부터 2021년 지금까지 70년 동안 우리는 많은 양적인 산업 성장과 변화를 해 왔다. 그동안 ‘사람’은 인격체가 아니라 생산과 산업의 수단이었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은 적을 상대하고 퇴치하는 병력에 불과했다. 생산 현장이나 군에서 개인은 조직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도 무방한 하나의 졸(卒)이었다. 이런 조직 우선 의식이 최근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간신히 하나둘 인격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런 개인 존중의 분위기에 더해 수명 연장이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맞아 많게는 5세대가 공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각기 다른 경험과 문화와 말투를 가진 다른 세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것이다. 소위 꼰대 세대는 과거 독재와 강압적인 군대식의 리더십에 익숙해져 있고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그게 마치 리더십의 표본인 양 명예의 전당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MZ 세대들은 공정, 정의, 민주 의식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고 강압적 수직적 리더십에 거부감을 가진다.

이런 현상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우리 기성세대들이 가장 원했던 이상적인 후배 세대를 길러낸 결과다.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이상적인 정체성과 사고방식으로 그들을 교육했지만, 정작 교육한 당사자 세대가 그 우수한 후배 세대에 적응 못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MZ 세대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양, 기성세대들과 무관한 양 별스럽게 취급하고 급기야 일부는 성질대로 되지 않는다고 막무가내로 폭력적 언어로 휘젓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이다.

통역은 나라별로 언어가 서로 다를 때 필요하지만, 같은 언어를 쓰면서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할 때는 통역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투의 배려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존중심의 태도다. 그런데도 꼰대 세대는 젊은 MZ 세대를 권력과 돈의 완력으로 누른다거나 과거의 경험과 생각만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하니 말투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 지주나 왕이 머슴과 노예들에게 행했던 강압적인 리더십은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거기에는 다소의 욕설이나 폭언이 포함되어도 무방했다. 그 원뜻인 ‘은혜로운 선물’이 ‘위험한 선물’로 변질한 것이다.

무조건 복종과 폭언을 감내하는 거친 리더십은 역사의 유물로 점차 외면되고 있다. 이에 따른 기성세대의 퇴조와 MZ 세대의 부상은 시대적 흐름이나 정의 구현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 권력에도 적잖은 현실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MZ 세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는 시점은 과거와 같은 오륙십 대에 넘어갈 테지만 그들이 장악하는 시대의 지배 기간은 연장될 것이다. 바로 수명연장으로 인한 100세 시대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세대’가 그들을 훈육하는 시간보다 그들이 ‘지금 세대’를 지배하게 될 시간이 훨씬 길어질 터이니 지금부터라도 잘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지금의 권력과 돈을 잘 유지하는 것인데 그렇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늙고 병들면 권력은 반드시 젊은 후대로 넘어간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지금까지의 인간 역사를 통해 잘 증명하고 있다.

이제 꼰대 세대들은 차분히 MZ 세대를 맞이할 겸손한 마음의 자세와 따뜻한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 함부로 폭언하는 것은 스스로 생명줄을 끊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통상 말은 휘발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모든 언행이 인터넷 SNS와 영상으로 기록되어 우리가 죽어서도 영원히 후손들에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경영컨설팅 최송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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