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리튬 가격, 11월 고점 찍고 20% 하락
값 오르자 경쟁적 증산...곧 반등 가능성도

2019년 11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자동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를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
2019년 11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자동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를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탄산리튬(lithium carbonate) 가격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자동차 판매 호조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11월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데 이은 반전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탄산리튬 가격 상승이 당분간 저조하겠지만 가격 상승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

탄산리튬의 중국 내 거래 가격은 2020년 저점을 찍은 후 지난해 11월 고점을 찍을 때까지 약 15배 올랐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11월 톤당 60만 위안(1.1억원) 부근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1년 초에 비해 1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중국의 탄산리튬 가격은 세계 시장의 기준처럼 간주되고, 탄산리튬은 광물 상태인 리튬염을 정제해 만든다. 

탄산리튬 가격 급등으로 中 생산업체들 쾌재

30일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이 오르자 중국의 리튬 생산업체인 톈치리튬(Tianqi Lithium)의 지난해 잠정 순이익이 10배 이상 급증해 231억~256억 위안(4.2조~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사인 강봉리튬(Ganfeng Lithium Group)의 순이익 역시 최대 321% 급증한 180억~220억 위안(3.3조~4조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11월 이후로 수급 상황이 공급 우위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탄산리튬 가격은 상승 폭을 반납해오다가 올해 1월 들어선 48만 위안(87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11월 사상 최고치와 비교해서 하락률이 20% 가까이 된다. 

<탄산리튬 현물 가격 변동 추이>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가격 오르자 업체들 증산 착수...中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

탄산리튬 가격이 치솟자 중국 생산업체들이 증산에 나서면서 12월 중국 내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89%나 늘어나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Albemarle)은 올해 전 세계 탄산리튬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2% 늘어난 91만5000톤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자국 내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늘어난 탄산리튬 공급을 제대로 흡수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탄산리튬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승용차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등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21년도의 352만 대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650만 대로 사상 최대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1%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2대 중 1대는 중국에서 팔렸다.

생산 리튬 대부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여 

컨설팅 회사인 BM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대부분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인다. 지난해의 경우 리튬 총생산량 71만 톤 중 80% 이상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였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009년에 전기차 보급 정책을 시행하면 지급해오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올해부터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중국의 보조금은 한국처럼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직접 주는 게 아니라 전기차 생산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생산업체가 자사 전기차 판매량을 지방정부에 보고해 보조금을 신청하면 정부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보조금을 집행한다.

기업들이 보조금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니 판매 가격은 낮아지고 결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었다. 지난 12년 간 중국 전기차 업체가 받은 보조금 액수는 총 1600억 위안(29.1조 원) 으로 추산된다.

가격 하락 지속 여부는 불투명

최근의 탄산리튬 가격 하락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DISER)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과 2024년 전 세계 리튬 수요는 40% 넘게 증가해 2024년까지 105만8000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증가가 공급 증가를 앞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몇 주 동안 탄산리튬 가격이 하락했지만 중국, 호주, 칠레 등의 리튬 생산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는 등 변수가 생길 경우 가격이 언제라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위드머 애널리스트는 올해 리튬 공급량이 88만 톤으로 38% 증가하면서 지난해 6만2000톤 부족했던 리튬이 1만6000톤 재고가 남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여러 가지 사고와 공급 교란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산업계에서는 생산 차질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란 게 이유다. 길게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리튬 수요는 공급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中, 탄산리튬 정제 시장 지배력 커

리튬 생산국 1·2위는 호주와 칠레지만 리튬을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탄산리튬으로 정제하는 작업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탄산리튬 정제와 제조 능력 면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크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무기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리튬과 희토류 같은 광물이 조만간 석유와 가스보다도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리튬 가공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건 건설비가 낮고 대형 가공 시설들이 많아서다.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가공 공장을 짓는 비용이 중국보다 두 배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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