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제=김도산 기자] 금융지주회사와 KT, 포스코 등 소유 분산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장기 연임에 정부가 최근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작심한 듯 거론했다. 그는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에는 '스튜어드십(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며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경우에는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이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윤 대통령은 "주인 없는, 소유 완전 분산 기업들은 보통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들이었다"며 "정부가 일일이 경영에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CEO의 장기 셀프연임 등) 모럴해저드가 발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스튜어드십이 과도하게 작동되면 연금 사회주의화 하는 부분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은행에 대해서는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경제위기 때는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했다"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건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금융시장 선진화를 주문했다. "미 보스턴의 경우 세계적인 의약 회사와 이를 지원하는 법률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와 금융투자회사가 모여 있다"며 "성장 기업을 지원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 금융권 핵심 관계자 110여 명 참석

이날 업무보고에는 민관을 망라해 금융권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등 110여 명이 자리했다. 오후 3시 시작된 업무보고는 만찬까지 포함해 5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산업의 육성과 관련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자본시장 등 금융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는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내부통제를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개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기업 지배구조라고 하는 것은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식"이라고 강조하고 "특히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연임 건이 최근 금융감독 당국의 견제 발언과 징계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KT의 경우는 현 CEO 연임에 대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에선 공공성 강한 금융사와 기업들의 CEO 승계를 둘러싼 기업지배구조 이슈가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정부의 '관치'가 부활했다는 비판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정부도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로서 주인 없는 기업 CEO의 '셀프 황제 연임'에 제동을 거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는 옹호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