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사)
(사진=각 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네이버·SSG닷컴 등 점유율 상위 사업자 위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이들 상위 사업자들은 이제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창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네이버·SSG닷컴 등 이커머스 3사의 총 시장 점유율은 월간활성사용자수(MAU) 기준 83.3%에 달한다.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지난 7월 기준 MAU는 쿠팡이 2766만명(40.2%), 네이버 2000만명(29.1%), SSG닷컴+G마켓글로벌 990만명(14.4%)이다.

각 업체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영업손실도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쿠팡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6조6316억원(49억4717만달러)로 원화 기준 전년 대비 28%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37억원(7742만달러), 1215억원(9067만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로켓배송 론칭 후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네이버의 경우 쇼핑과 멤버십 등 커머스 부문은 커머스 광고, 브랜드스토아, 멤버십 가입자 증가 등에 힘입어 3분기 매출 45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4% 성장한 수치다. SSG닷컴도 3분기 매출액 4406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손실도 23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1억원 줄이면서 적자 폭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이처럼 쿠팡·네이버·SSG닷컴 등 3사가 호실적과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와 멤버십 서비스 등이 있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기준 30개 이상 지역에서 100개가 넘는 물류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전 국민의 70%가 쿠팡 물류 인프라에서 10분 내 거주 중인 정도다. 규모로 보면 축구장 500개 크기에 달한다. 이처럼 압도적인 자체 물류 인프라를 통해 쿠팡은 전국 규모의 익일 배송 서비스(로켓배송 등)를 전개할 수 있었고, 이는 멤버십 등 충성고객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멤버십에 가입하기만 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OTT(쿠팡플레이) 콘텐츠 등도 주효했다.

실제 쿠팡의 멤버십 가입자 수는 900만명에 달한다. 지난 6월 멤버십 가입비를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크게 올렸음에도 3분기 기준 쿠팡에서 한번이라도 상품을 구매한 활성고객은 179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가 늘었고 인당 구매 단가도 38만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쿠팡의 멤버십 가입자 수는 올해 1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의 경우 자체 물류망을 갖추지 않았지만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통해 이를 해결했다. NFA는 네이버를 중심으로 CJ대한통운과 신세계그룹 등 데이터·물류·유통 분야 공룡들과 네이버가 지분을 투자한 업체들의 동맹이다. 네이버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하고, 제조사와 유통·물류 기업들이 이를 통해 물건을 판매한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이 온라인 시장에서 적자를 키우고, 사업에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올해 3분기 기준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착실하게 늘려갔다. 

상품 검색과 쇼핑, 결제까지 한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네이버의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멤버십을 이용할 경우 1% 적립 등의 혜택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충성고객 확보에 주효했다. 

SSG닷컴은 이마트를 활용한 자체 물류망과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통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 자리잡았다. 쿠팡과 네이버가 온라인 기반 업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오프라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SSG닷컴의 강점이다. 

SSG닷컴은 전국에 120개에 달하는 이마트 내 PP(피킹&패킹 센터)와 경기 용인과 김포에 위치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등 자체 전국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 단위의 주간배송(쓱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SSG닷컴은 G마켓글로벌의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통합한 유료멤버십을 선보였다. 통합 스마일클럽은 지마켓·옥션과 SSG닷컴이 회비 및 할인범위를 채널에 맞게 투트랙 설계해 맞춤형 혜택 제공하는 동시에 스타벅스 사이즈업 혜택, 각 플랫폼 간 포인트 전환 가능 등이 가능해지면서 통합 한달만에 신규 가입자가 30만명을 넘기는 등 실적도 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부터 지마켓·옥션에서 SSG닷컴 쓱배송, 새벽배송 연동한 온라인장보기 서비스을 선보이고,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통합행사 '쓱데이'를 진행하는 등 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점유율과 충성고객을 동시에 잡았다.

이처럼 외형 확대에 집중해 온 쿠팡·네이버·SSG닷컴 등 3사는 이제 물류 효율성 확보 등을 통한 수익성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SSG닷컴은 물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배송 정책에 변화를 줬다. 대표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새벽배송 서비스의 경우 기존에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운영 중이었으나, 충청권의 경우 올해 말까지만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수도권에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3기와 이마트 PP센터를 통해 쓱배송(주간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권역 내 수요에 맞춰 조정한다. 수도권 외 지역은 전국에 위치한 100여 곳의 이마트 PP센터를 통해 쓱배송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SSG닷컴은 지난해부터 운영해왔던 오픈마켓을 지난 10월 종료하면서 지마켓글로벌과의 사업 영역을 조정한 바 있다. 중복되는 사업 영역을 정리해 그룹 계열사간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역시 락인(Lock-In) 효과를 노려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OTT(쿠팡플레이)에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며 수익 창출에 나섰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쿠팡플레이 내에 '스토어' 탭을 신설하고 영화 등 개별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쿠팡이 축구 국가대표 중계권을 독점 확보하거나 콘텐츠 자체 제작으로 회원 수를 어느정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수익성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됐고, 엔데믹으로 인한 성장 동력의 상실, 고금리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등의 이유로 '의도된 적자'를 통한 외형 확대에는 한계가 찾아온 상황"이라며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시장 상황을 반영해 과도한 투자보다 수익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