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불황, FTX 파산 후폭풍으로 코인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향후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내년 제도권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는 반면, 잠재된 리스크로 인해 불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리포트를 통해 내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반등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때 아닌 불황기를 겪고 있다. 한때 3조 달러에 육박하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현재 80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현상에 테라-루나 사태, 셀시우스, 3AC, FTX와 같은 시파이(CeFi) 기업들의 몰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센터 측은 내년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확대, 신뢰도 제고 및 가치 창출, 스테이블코인·디파이·전통 금융기관의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음으로써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시나리오라면 2023년은 2019년과 유사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내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현재 8000억 달러 수준에서 1조~1조5000억 달러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준영 연구원은 내년에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들이 구체화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성 판단 여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Ripple) 간의 소송 결과와 함께 지난 6월 루미스와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이 발의한 책임 있는 금융혁신 법안의 통과 여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윤영 연구원은 기관들이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하반기 피델리티는 이더리움 인덱스 펀드를 출시했고 JP모건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한 첫 디파이 거래에 성공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특히 JP모건의 디파이 거래 성공은 그간 가스비 문제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기관들의 우려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분석하면서, 디파이에 관심을 보여왔던 뉴욕멜론은행, 골드만삭스, ING와 같은 3개 사가 내년에 디파이 거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민승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디파이·전통 금융기관의 시너지에 주목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은 국가나 대형 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대중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넥스트 달러로서 스테이블코인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USDT 발행사 테더(Tether), USDC 발행사 서클(Circle), BUSD 발행사 바이낸스까지 3개 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스테이블코인 사용처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인 제프 부스는 코인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앙 집중화의 결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결국 붕괴하고, 비트코인만 살아남는 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스는 관련 근거로 "FTX 및 셀시우스 등 올 들어 붕괴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은 이미 내재적 결함이 있는 기존 금융체제를 단순히 복제한 것에 불과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상자산은 태생이 분산형 금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거래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의 중앙집중화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소 체제로 움직인 바람에 실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크립토 윈터의 부정적 여파를 진단할 수 있는 점에는 거래소들의 규모가 축소된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은 대규모 인원 감축을 선언했고 바이비트 역시 전체 인력의 30%를 줄이는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크라켄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제시 파웰은 회사가 "현재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약 1100명 또는 직원의 30%를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거시 경제 및 지정학적 우려가 있다“며 "최근 시장 침체로 거래량, 신규 가입 및 고객 수요가 감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