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컬럼]우리 문학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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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컬럼]우리 문학의 정체성
  • 한울안신문
  • 승인 2023.03.29 11:36
  • 호수 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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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타원 이청진 구리교당 교도

하섬에는 원래 우물이 있었으나 수량이 부족하였다. 이에 대산 종사께서 1961(원기 46)년 7월초, 새 우물터를 잡아 주었다. 삼복더위에 10여일간 땅을 파도 물빛이 안보여 포기했는데, 이병은, 이형원, 이순일은 물이 나올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을 믿고 6일을 더 팠다. 그러나 역시 물이 나오지 않자 멈추려 하였다. 대산종사는“내 정수리를 찍어 봐라. 피가 안 나오겠느냐,”며 경책하였고,이에 힘입어 하루를 더 파니 마침내 암반 아래서 물이 솟아올랐다.대산종사는 이 우물을 ‘은생수’라 이름 지었으며, 은생수는 신성(信誠)을 상징하는 유적으로 손꼽힌다.
서울문인회 소태산문학이 우리의 은생수(恩生水)이기를 기원하며 새삼 안내글을 인용해 보았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팬데믹 사태를 견디느라 한해를 걸러 원불교문인회 소속 서울문인회는 동인지 ‘소태산문학’을 펴냈다. 타 종교에 비교해 길지 않은 역사와 다방면에 문화 자원도 풍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므로 동인 문학지 하나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초대 회장님 봉산 이경식님으로부터 시작하여 16년을 이어온 서울문인회 소태산문학이 구인 선진님들의 혈심을 다하여 이루신 법인절과 맞물려 해마다 8월에 책을 펴냈다. 후진으로서 원불교문학의 샘물이 되고자 하신 초대 회장님의 창간호 편집 후기를 보며 그 심정을 들여다보자.
“눈 덮인 들판 길 걸어 갈 때엔 모름지기 함부로 가지를 말자. 오늘 남긴 발자취가 마침내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 되리니”라는 서산대사 시로 처음을 어렵고 조심스레 여시면서 소태산 대종사께 작은 보은을 하신다는 보람의식을 가지고 너무도 간고한 가운데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로 16년 세월이 흘렀다. 3대 여걸 문타원 임선영 회장님의 혈심 노력을 지켜보았고, 4대 관산 김재훈 회장님의 눈물겨운 과정, 5대 구산 조연봉 회장님 6대 혜산 장재훈 회장님에 이르기까지 늘 가까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서성거리며 떠나지 못하고 지내온 시간이었다.
외롭고 고독하며 의지할 곳 없는 고아나 다름없는 원불교 문인, 그때 처음 걸음보다야 지금이 나은 게 아닌가 하고 힘든 마음을 달래 보지만 크게 우리 신앙 안에서도 공신력을 갖추지 못한 관계로 소태산 청소년 문학상 원고부터 상금 그리고 책에 실어야 할 원고와 편집 인쇄비 등등 그 무엇도 순순히 이루어지는 게 없다.
불교나 천주교에 비교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주인이 되어 후진 양성과 일원 문화의 한 기틀을 마련하여 문학의 샘물로 일원문화가 꽃이 피려면 우리 교단 안에서 관심을 가지고 재정을 살펴 주어야 한다. 있어야 한다는 존재감이 숨 쉴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다 목이 마르고 허기진 상황이 지금의 원불교 문인회의 현주소다.  
우리 것은 소중하다 일원의 횃불아래 모여든 문화는 그 무엇이라도 알뜰히 살피고 관심을 기울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소태산 대종사님의 제자로 살아 있는 예술인의 긍지를 살리고 살려서 맑고 밝은 문학의 은생수恩生水를 길어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천지 보은을 할 수 있도록 살피고 가꾸어 주길 오직 서원하고 기도할 뿐이다.


3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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