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제출…상장 후 기업 가치 최소 23조원
"화평정영에 기술 서비스 제공…수수료 받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글로벌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상장하게 될 경우 게임업계 대표 기업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와 크래프톤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높은 중국자본 의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크래프톤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상장 예정 주식 수는 총 5030만4070주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45만8000원∼55만7000원이다. 공모 희망가 최하단인 45만8000원을 적용하더라도 시가총액이 23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넥슨(약 22조9000억원)과 엔씨소프트(약 18조6000억원), 넷마블(약 11조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크래프트는 다음달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2주간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14∼15일에 일반 청약을 받는다.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은 신주모집 703만주와 구주매출 303만230주를 포함해 총 1006만230주다. 공모 예정 금액은 최대 5조6000억원이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공모주 중복 청약이 금지되는 6월 20일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을 창업한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 등은 주식 부호 반열에 오른다. 장 의장이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은 702만7965주로, 최대 공모희망가를 적용하면 약 3조9000억원 규모다. 김 대표는 68만4255주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후 가치는 최대 3800억원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보유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86만8245주의 가치도 최소 4000억원대에 달한다.

크래프톤은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후 급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6%, 115.4%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만으로 이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제쳤다.

배틀그라운드는 100인의 이용자가 고립된 지역에서 무기와 탈 것을 수집한 후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겨루는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이다. PC·콘솔 버전은 전 세계에 7500만장 이상 판매됐다.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건을 돌파했고, 국내에선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

크래프톤, 中 텐센트 '화평정영' 로열티 시인

크래프톤은 그간 부인하던 것과 달리 중국 텐센트가 개발·서비스하는 '화평정영'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증권신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당초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중국 텐센트의 화평정영이 별개의 게임이라고 주장해왔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와 크래프톤 계열사 펍지가 공동 제작한 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2018년 3월 글로벌 출시됐지만 중국에선 판호(유통허가증)를 받지 못해 무료 서비스해왔다. 이후 2019년 5월 중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와 동시에 2019년 텐센트는 ‘화평정영’이라는 신작을 내놨다. 화평정영은 기존 자극전장(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데이터가 그대로 이어지고, 별도 설치 없이 업데이트만 해도 즐길 수 있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같은 게임이지만 판호를 받기 위해 제목과 일부 콘텐츠만 수정한 게임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크래프톤은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각각 다른 별개의 게임”이라며 두 게임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상장을 앞두고 금일(16일) 공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당사는 중국 시장에서 Tencent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Technology Service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당사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경우 당사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화평정영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이 지닌 크래프톤 주식수는 140만5593주다. 2대 주주는 텐센트의 투자 자회사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IMAGE FRAME INVESTMENT(HK) LIMITED)로, 크래프톤 주식 132만8328주를 갖고 있다. 두 주주의 지분율은 각각 16.43%, 15.52%로 차이는 0.9%포인트에 불과하다. 크래프톤의 경영에 텐센트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크래프톤의 등기 임원 중 마샤오이(馬曉軼)라는 인물은 텐센트게임즈의 부회장이다.

업계에서는 상장이 눈 앞에 둔 크래프톤에 있어 대주주 중 하나가 중국 회사라는 점은 중국 자본에 휘둘릴 수 있는 ‘차이나 리스크’를 키우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크래프톤 측은  "그동안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 것은 양사 계약 사항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양사 협의를 통해 계약 사항 중 기술 서비스 수수료를 투자자들에게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화평정영에서 받은 수익은 Technology Service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이지, 이것이 배틀그라운드 로열티 수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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