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축구단 윤균상 감독이 울산매일신문U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울산’을 모태로 2018년 12월 창단한 ‘울산시민축구단’이 3년 만에 첫 K리그1 이적 선수를 배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창단 멤버인 김기수(27)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K4에서 시작한 김기수 선수의 K1 이적 배경에는 창단부터 지금까지 울산시민축구단을 이끌어 온 윤균상(47) 감독이 있다. 윤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강조해왔는데 그곳에서 희망이 싹텄다.

# ‘우승·승격’ 기세 몰아 K1 선수 배출까지
창단 첫해인 2019년 울산시민축구단의 시작은 K3 하위리그인 베이직이었다. 당시 목표는 K3 상위리그인 어드밴스로의 승격이었지만 주변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제 막 창단한 팀에서 뭘 할 수 있겠나’라는 편견이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이런 편견에 개의치 않았다. 현대중학교·울산대학교·대전 시티즌 코치 등을 거치면서 탄탄하게 쌓은 경험이 무기였다. 자신감은 성과로 이어졌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창단 첫해 리그에서 ‘우승’ 신화를 달성했고, ‘승격’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그러던 2020년, 국내 축구가 K3와 K4로 재편돼 새롭게 출범하게 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윤 감독은 고심 끝에 K4리그행을 결정했다. 그는 “당시 K3리그로 가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단, K3리그는 선수들의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K4리그에선 선수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뛸 수 있어서 오히려 더 나은 조건이라 판단했다”고 소회했다.

오로지 ‘선수’들만 생각한 결정이었고, 그 중에는 김기수 선수도 있었다. 군 문제가 남았던 김기수는 그해 사회복무요원으로 K4리그에서 뛰었고, 그 결과 울산시민축구단은 ‘준우승’을 거머쥐며 2021년 당당히 K3로 ‘승격’했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혔다. K3리그는 사회복무요원 선수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 선수들이 팀에 남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른 K4 리그의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김기수는 울산에 남기로 결정하고, 같은 처지의 노경남, 이선일, 구종욱 선수와 함께 1년 공백기 동안 평일 오후, 주말 동안 연습을 이어갔다. 

울산시민축구단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팀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캐치한 윤 감독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이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다. 그 결과 김기수는 지난해 1년을 쉬었지만 당당히 K리그1 수원FC로 이적했다.

선수만큼 기뻤던 사람은 선수들의 프로 데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윤 감독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선수들이 K3리그에 올 때는 어쩌면 ‘이대로 축구를 포기할까’하는 온갖 쓰라림의 과정을 겪은 후”라며 “기수 역시 그 중 한명이었지만, 이곳에서 모든 것들을 당당히 이겨내고 K1으로 진출한 만큼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 15년차 공격수를 수비수로 전향...선수에게 ‘전화위복’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김기수는 10대 때까지는 ‘축구 유망주’로 불렸다. 고3 땐 울산현대의 우선지명까지 받았다. 하지만 연세대학교 진학 후 슬럼프를 겪으며 좀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졸업했다. 방황에 빠진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현대중학교 코치 시절 그를 지켜봐 온 윤 감독이었다. 

윤 감독은 15년 넘게 공격수만 해 온 김기수에게 수비수 전향을 권유했다. “기수는 190cm의 큰 키에 빠른 스피드, 그리고 왼발잡이까지 축구계에서 흔치 않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공격수로만 봤을 때는 같은 체격조건과 스피드를 갖춘 용병이 K1, K2에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다행히 수비수 포지션에 잘 적응해줬고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 단계 성장해 K1 이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아 K1에 간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성공한 선수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누군가의 ‘꿈’이 된다

김기수 선수의 K1 이적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윤 감독은 “결국 선수들의 궁극적 목적은 K1 진출 아니겠나. 기수 사례가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라며 “또 다른 선수들이 제 2의, 제 3의 김기수를 목표로 달릴 수 있게 되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창단 첫해 2019년 K3리그 우승 △2020년 K4리그 준우승하며 K3리그로 승격 △2021년 K3리그 7위의 성적을 거둔 윤 감독은 지난해 4월 울산시민축구단과 재계약을 채결해 오는 2024년까지 함께 한다. 그 사이 한 선수라도 더 프로로 보내는 것이 목표다.

울산시민축구단 창단 첫 경기 1호골을 넣은 김기수 선수.

 

2019년 울산매일UTV와 인터뷰 중인 김기수 선수.

◆ 김기수 선수 인터뷰

“울산시민축구단에서 다시 재기해서 더 높은 곳에서 뛸 수 있게 노력하겠다.”

지난 2019년 울산매일신문 UTV가 만난 울산시민축구단 김기수 선수가 인터뷰(https://youtu.be/J-LDVCJAJhk)에서 밝혔던 각오다.

오랜 슬럼프를 이겨내고 절박한 마음으로 2018년 12월 울산시민축구단에 창단멤버로 입단했던 김기수 선수가 3년 만에 인터뷰 속 각오를 실현했다. 지난 6일 K리그1인 수원FC로 전격 이적한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받고 있는 김기수는 처음 이적 제의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한다. “수원FC 김도균 감독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안 믿었다. ‘장난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했는데, 감독님이 ‘내가 이런 걸로 너랑 장난하려고 전화했겠니’라고 해서 그때서야 실감났다”며 “항상 이룰 수 없는 목표고, 꿈만 같은 일이고 생각했던 일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윤균상 감독 없이는 자신의 K1 이적도 불가능했을 거라 강조한다. 이적 확정 후 그 동안 표현하지 못한 진심을 장문의 문자메시지에 담아 윤 감독에게 전했다.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제 손을 두 번이나 잡아주셔서 과분하게도 수원FC랑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지금쯤 축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거다. 울산시민축구단에 처음 들어왔을 땐 과거 유망주 시절을 못 잊는 실패한 선수였지만 지난 3년 좋은 가르침으로 인간으로서도 축구선수로서도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제 축구 인생에 감독님은 생명의 은인이시다. 너무 감사 드린다.”

김 선수는 이어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묵묵히 지지해주셨던 부모님께도 마음을 표현하면서 앞으로 수원FC에서 활약을 다짐했다. “부모님은 ‘K1리그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일테지만 끝까지 도전해 볼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봤으면 좋겠다”며 “수원FC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소실점팀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