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에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 사원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열사가 2003년 남긴 유서 중 일부다. 당시 회사는 2002년 파업을 이유로 노조간부에게 6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조합원 입금과 재산을 가압류했다. 비슷한 사건은 한진중공업에서도 일어나 김주익 열사가 85호 크레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배경이 됐다.

쟁의행위 등 노조활동을 이유로 사업주가 노조·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봉쇄소송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사용자의 노동자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막고,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노조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위법한 쟁의행위가 있으면 형사상·민사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사법부는 노조법이 정한 쟁의행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중 단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파업의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당한 쟁의행위를 매우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어 쟁의행위를 업무방해행위로 보고 노조와 노동자에게 배상책임을 묻는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사용주가 영업손실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활동을 무력화·봉쇄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안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과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당한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려는 조치다.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노조와 노동자 개인에게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특히 쟁의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노동자에게는 손해배상·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배상규모가 노조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가 크다면 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손해배상액 상한을 조합원수 등 노조 재정규모를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손해배상액 감면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임 의원은 “회사나 국가가 제기한 손배·가압류로 수많은 노동자가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다”며 “노동자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행하는 쟁의행위를 막기 위해 부문별한 손배·가압류를 남용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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