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후 한국노총에서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지도부와 개최한 간담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직 도전과 관련해 지지를 요청했다. <한국노총>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직에 도전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노사단체를 찾으며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노총은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강 전 장관, 한국노총·경사노위 방문

강 전 장관은 18일 오후 한국노총을 찾아 김동명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ILO 사무총장에 도전한 사실과 공약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주 강 전 장관측이 한국노총에 방문 의사를 타진하면서 간담회가 성사됐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강 후보의 출마에 대해 비판 내지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노총은 (출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의 의지나 입장을 충분히 듣겠다”며 “한국노총이 어떤 지점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그리하겠다”고 밝혔다.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시한 셈이다.

강 전 장관은 “ILO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합당한 자격요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출마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노사 대표단체에 많은 지혜를 구하고 조언을 듣고 선거를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찾아뵙게 됐다”며 “노사정 3자 협의로 진행하는 ILO를 어떻게 잘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도 결국 국내 노사현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인사말 이후 비공개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강 전 장관은 노동 부문 경험이 부족한 약점을 솔직히 시인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한국노총의 도움을 요청했다. ILO 협약을 많은 나라가 비준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준한 협약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당선하면 협약이행률을 높일 방안을 먼저 찾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문성현 위원장 “노사와 긴밀히 상의해 지원 검토”

한국노총 간담회 직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찾아 문성현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 전 장관은 “노동계와 (사회적 대화를 한) 경험이 없다는 약점은 있지만, 제가 사무총장이 되면 유엔 내에서 ILO의 존재감을 키워 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노사문제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기본인데 경사노위에서 많이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적당한 시기에 민주노총을 찾아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했다. 현재 강 전 장관측은 다양한 경로로 민주노총에 방문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구체적 방문 시기는 민주노총 총파업 일정 등을 고려해 이후 제안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공식 요청이 오면 내부논의를 거쳐 수락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문성현 위원장은 “그간 ILO가 서구 중심으로 운영돼 온 측면이 있는 만큼 대규모로 산업화된 아시아의 고용·문제를 이슈화할 필요가 있고, 남성 중심이던 사무총장을 여성이 할 필요가 있다는 국제적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사노위는 ILO와 마찬가지로 노사정 3자 주의를 따르는 만큼 노사 단체와 긴밀히 상의해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19일 오전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과 면담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ILO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내년 3월25일 열린다. 이사회 정부그룹 정이사 28개국 대표 28명, 노동자그룹 정이사 14명, 사용자그룹 정이사 14명 등 모두 56명의 표결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가장 적게 득표한 후보를 배제하고 재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제관계와 컷오프 후보자의 지지표를 누가 확보할 것인지 등 변수가 많다. 강 전 장관을 비롯해 모두 5명의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ILO가 노사정 3자로 운영되는 만큼 양대 노총과 경영계의 마음을 얻는 것은 투표전략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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