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달라진 추석 풍경

올해 추석,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코로나 분수령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달라진 추석 풍경
대면·접촉 만남에서 비대면 언택트로 변모
시대유감 명절변화…정부, 고향 방문 자제 권고
랜선 제사·온라인 성묘서비스 등 新풍속도
“가족 간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2m 이내”
 

“보고싶지만 다음 명절에 만나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추석 연휴 때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한 가운데 2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하나유치원(원장 임윤앵) 원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할어버지 할머니 보고싶지만 다음 명절에 만나요’라는 카드섹션을 펼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추석’ 풍경이 확 달라진다. 그리웠던 서로의 얼굴을 부비며 안부를 묻는 대신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콕’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면과 접촉의 시간은 비대면 언택트로 변모했다.

바야흐로 시대유감 명절변화다.

매년 추석이면 어김없이 걸리던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정겨운 현수막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 “불효자는 옵니다”란 현수막 글귀가 씁쓸하게 눈에 박힌다.

정부도 추석 연휴기간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특히 추석 연휴가 코로나 방역 관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28일부터 10월 11일을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층 강화키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올해만큼은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게 불효가 아니며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달라”며 고향 방문 자제를 간곡히 요청했다.

조상을 기리는 성묘나 봉안시설 방문도 가급적 자제하고 e하늘 장사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성묘서비스 이용, 벌초 서비스 대행을 당부했다.

정부 권고에 귀성객들로 북적이던 역사와 고속도로의 정체 현상도 수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호남선 하행 열차 예매율은 47.2%다. 지난해 연휴 첫날 76.5%와 비교하면 29.3%p 낮아졌다.

광주~서울 고속버스도 연휴 첫 날 좌석 1천514석 중 65석만 예매돼 4.29%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다소 생경한 비대면 추석이 다가오면서 신풍속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생중계하면서 멀리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온라인 랜선 제사’가 각광받고 있다.

직접 만나기보단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명절 선물은 직접 전달하거나 택배로 보내는 대신 ‘온라인 선물하기’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귀성’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고향에 내려가지만 창문을 잠깐 내린 뒤 안부 인사와 선물만 건네는 방식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우리를 경험하지 못한 시대로 이끌었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사실도 있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애정의 질량은 예년과 같다는 점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옛말에 불과할 뿐. 가족, 친지간의 생활반경 거리는 멀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2m 이내’ 초근접 지역.

서로에게 달려가는 길을 잠시멈춤했을 뿐. 더욱 깊어진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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