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 회장 사태 책임 통감, 거취 문제 숙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용산 사옥서 17일 오전 10시 발표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광주에서 잇단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자신의 거취를 발표할 예정이다.
16일 재계와 현대산업개발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번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17일 오전 10시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이번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는 정 회장의 거취 문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2일 광주 참사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후 서울 자택으로 올라와 주말 동안 근본적인 사고 수습책과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에 들어간 바 있다.
재계에서는 우선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 건설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현대산업개발의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주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볼 때 정 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지주사 HDC의 대표이사 회장에서도 물러나는 등 ‘경영퇴진’의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경영진 동반 사퇴 등 극약처방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산업개발 임직원과 정 회장의 측근들은 현재 정부의 사고 원인 조사와 실종자 수색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 회장의 입장 표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62년생인 정 회장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아파트 명가’로 불리던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데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 붕괴 사고까지 일으키면서 부실공사 등에 대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사고 책임자와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오너인 정 회장의 책임론도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