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 ①

오는 19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전염병)을 선언한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형태를 바꾸었다. 많은 수의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았고 공연을 할 수 없는 공연 예술인은 생계를 위해 뛰어든 일이 이제는 직업이 돼 가고 있다. 
반면 배달앱플리케이션은 최대 호황을 맞았고 인터넷, 모바일 광고시장은 엄청난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상이 된 마스크가 한 때 품귀현상이 일어나 인터넷상에서 장당 1만원이 넘게 팔리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마스크를 ‘공적 판매’라는 이름으로 배급제에 가까운 형태로 공급하기도 했다. 이때 특수를 노리며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기업들은 수급이 안정되자 생산시설이 처지곤란하게 되거나 도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1년, 우리가 어떻게 바뀐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뉴스프리존] 도형래= 코로나19는 가장 먼저 소비를 위축시켰다. 우리 주변의 소상공인들은 줄어든 소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난 2월 말 찾은 강남 역삼역 인근 상가, 드문드문 문을 닫은 곳들이 보였다.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것이라고 한다. 인근 음식점에 들러 폐업한 한 상점에 대해 물었다. 이 음식점주 “거기 못해도 가겟세가 8~900만원은 될 텐데… 이렇게 장사해서는 못 견딘다”고 말했다. 또 “젊은 친구들이 장사를 했던 곳”이라며 “그렇게 나가면 권리금은커녕 시설비 회수도 못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강남 역삼역 인근은 우리나라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역삼역 인근 이른바 먹자골목 핵심 상권에 있는 이 가게는 문닫은 지 2달 가까이 됐다고 한다. 부동산 매매 사이트에서 이 가게를 찾았다. 이 가게는 그새 임대료가 조금 내렸는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20만원에 올라와 있었다. 이 자리는 2월 초까지 월세 900만원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월세가 줄인 것으로 보인다.

강남 역삼동 먹자골목의 문닫은 가게 (사진=뉴스프리존)
강남 역삼동 먹자골목의 문닫은 가게 (사진=뉴스프리존)

인근 부동산에 들러 역삼동 먹자골목에 가게가 나온 곳이 얼마나 되는 물었다. 부동산은 "지금 당장 나온 건 몇 곳 없다"면서도 "코로나19로 권리금 회수가 안돼 가게를 내놓기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요즘 1층 가게 권리금이 얼마나 되냐는 물음에 부동산은 "자리마다 차이다 크다"며 즉답을 피하고 "예전(코로나19 이전)보다 절반 아래로 줄었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이곳 역삼동 먹자골목은 테헤란로를 배경으로 유동인구가 손꼽히는 곳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점심시간에 줄 서서 밥을 먹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거리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식사하기를 꺼려 배달을 시키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1층 음식점 운영하는 A씨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며 “사람들이 거리에 좀 있어 보여도 음식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적다”고 말했다. ‘손님이 얼마나 줄었냐’는 물음에 A씨는 “많이 줄었다”면서 “저녁 술 손님까지 합치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걱정은 임대료였다. 20평 남짓한 A씨 가게 임대료는 9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A씨는 “월세 내기 어렵지. 밀린지 좀 됐지만 오래 장사해서 그런지 나가란 말은 안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래도 지금은 손님이 조금 늘어간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나야 다시 활기가 돌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후로도 몇개의 가게를 들었다. 시간은 오후 두 시를 넘어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가게에 손님이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손님있는 곳을 찾아 주인에게 어려운 사정을 물으면 ‘장사 안되는 게 자랑할 일이냐’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났다. 손님이 줄어 하소연할 마음의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카페에 들렀다. 카페 직원과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카페 매출은 어떠냐는 물음에 카페 직원은 “프랜차이즈가 많은 곳이라 테이크아웃은 요 앞 프랜차이즈로 많이 가고 여기는 주로 말씀하시거나 잠시 쉬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코로나19로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하고 여러 분들이 같이 있으면 안돼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카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30% 이하라고 한다. 

요식업계 새로운 화두 “청결과 위생…건강”

그래도 희망은 엿 보이는 곳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새롭게 가게문을 열고 도전하는 곳이다. 지난 10월 ‘갈비다움’이라는 이름 내걸고 문을 열었다. 

이날 김진희 갈비다움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창업한 이유를 물었다.

김진희 대표는 “코로나19에도 결국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개업을 했다”면서 “갈비탕은 면역에 좋은 음식 가운데 하나라고 하니 코로나19 극복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할 때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어떤 대책이나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해 묻자 김진희 대표는 “그래서 인테리어 할 때도 고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테이블(자리)을 일부러 널찍하게 잡았고, 가게도 최대한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나게 꾸몄다고 한다. 

김진희 갈비다움 대표 (사진=뉴스프리존)
김진희 갈비다움 대표 (사진=뉴스프리존)

‘코로나19로 힘들지 않나, 얼마나 장사가 되느냐’는 물음에 김진희 대표는 “지난해 10월에 개업해서 1월 2.5단계 격상 전까지는 하루 평균 200그릇을 넘게 팔았다. 2.5단계 격상 후에는 그게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금은 다시 회복됐다”고 말했다. 

김진희 대표는 “우리 가게에 7명이 일하는 데 하루 100그릇에서 150그릇 팔면 월급이나 가겟세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가운데 창업했지만 지금까지 매출을 보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김진희 대표는 ‘창업할 때 고려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대책이 잘 먹힌 것 같냐’는 질문에 “창업을 준비할 때도 지금 운영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청결과 위생”이라며 “하루 가게를 마치면 1시간 이상 모든 직원이 청소하고 소독에 나선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김진희 대표는 “이런 모습을 손님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면서 “갈비탕집은 조금 낡고 지저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대표를 말을 듣고 둘러본 가게는 널찍하게 배치된 좌석과 깨끗한 바닥과 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밖에서 훤히 보이는 주방이었다. 구석진 벽에 걸린 국자까지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밝은 주방은 일반적인 음식점 주방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깨끗해 보였다. 

직원들에게 ‘청소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은근히 물어봤다. 한 직원은 “다른 가게는 거의 문닫고 청소를 하는 둥 마는 둥, 30분도 안돼 가게를 마치지만 여긴 1시간이 넘게 거의 대청소하고 소독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서도 위생과 청소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위생과 청결, 청소의 힘은 손님들을 젊게 만들었다고 한다. 대개 갈비탕은 4~50대 이상 나이든 분들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 생각되지만 이 곳의 찾는 사람들 가운데 2~30대 젊은 여성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음식점의 위생과 청결, 단정함이 2~30대 젊은 여성을 갈비탕집으로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김진희 대표는 2~30대 여성을 타깃으로 계획하고 가게문을 열었냐는 질문에 “청결과 위생은 요식업의 목표가 아니라 기본”이라며 “좀 속이 편한 갈비탕을 만들면 잘 팔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청결과 위생을 조금 더 철저히 하다 보니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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