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허점 이용한 범죄 … 통장 계좌번호 유출도 주의해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제 3자 보이스피싱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해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같은 형태의 사기는 피해자가 조심을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이 일은 지난 5일 한 커뮤니티의 사용자 A씨가 사기글에 대한 호소문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3일, 자신의 한 계좌가 지급정지 됐다는 문자를 받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통장을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3시에 15만 원이 'HE***'라는 이름의 낯선 사람으로부터 입금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3일 이같은 메시지를 받고 자신의 계좌가 잠긴 사실을 알게 됐다. (자료=A씨가 자신이 이용중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중)

A씨는 은행 상담원과 통화를 해 본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의 돈이 A씨의 계좌에 입금됐고, B씨가 신고를 함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로 판단돼 은행에서 지급정지를 했다는 사실을 통고받았다.

뿐만 아니라 다음날이면 전계좌의 비대면 거래가 중지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A씨는 부랴부랴 계좌 정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은행 상담원으로부터 "방법이 없다. B씨가 일주일 안에 서면으로 신고확인서를 제출하고, 신고확인서가 들어온 뒤 사건접수번호가 나오면 담당경찰서로 전화해서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당장 은행업무가 막히게 된 A씨는 상담원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방법을 못찾은 그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똑같이 HE***라는 사람으로부터 입금이 된 뒤 A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글을 읽게 됐다.

A씨가 읽은 글에 따르면 텔레그램에 HE***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에 검색해 보니 이 아이디의 보유자(C씨)가 있었고, C씨는 계좌정지를 풀고 싶으면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즉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확인 결과 A씨는 자신의 계좌가 원치 않았던 방식으로 유출됐던 것을 알게 됐고, 이 노출된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됐던 것이다. B씨 역시 C씨에게 휴대폰이 해킹돼 A씨의 계좌에 입금했던 사실도 나중에 알려졌다.

원래 도박 사이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던 수법인데, 최근에는 당장 계좌가 막히면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일반인이나 자영업자까지 대상을 넓힌 것이다.

다행히 A씨는 해당 금융은행의 금융사기대응팀이 나서서 하루만인 6일, 피해자에게 15만 원을 다시 입금해 주는 것으로 해결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해당 금융기관은 불편을 겪었던 A씨에게 상담원이 "해결책이 없다"고만 했던 일에 대해서도 사과해서 일은 잘 마무리 됐다.

신종 수법인 '제 3자 보이스피싱'을 시도한 'HE***' 아이디 사용자와 피해자 A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나눈 대화. 협박법은 성희롱까지 하며 돈을 요구했다. (자료=A씨가 자신이 이용중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중)

은행 측 관계자는 뉴스프리존 측과의 대화에서 이번 일에 대해 "제3자 사기라고 해서 본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보이스피싱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일은 서로가 신고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중계를 해서 반환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로 특정 은행이 아니라 모든 은행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피해자에 대해 "신고자(B씨)가 이해해 줘서 다행히 잘 해결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사기수법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비자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는 은행계자가 해킹되거나, 사기범의 거짓말에 속아서 생기는 경우겠지만, A씨가 당한 경우는 본인의 계좌번호만 노출됐을 뿐인데도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A씨의 경우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이 비교적 빠른 편이었지만, 상당한 불편을 겪었고, 또 모든 사례에 이같은 도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앞으로는 본인의 계좌번호도 함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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