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직 내부의 갈등상황이 연이어 빚어지고 있다. 이에 검찰 주변에선 “사건의 본질은 가려지고 정치색이 짙은 검찰 내부 권력 싸움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위 검사와 기자가 협박성 취재와 수사를 공모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 조직 내부의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60) 검찰총장을 향해 이성윤(58)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데 이어, 수사팀장인 정진웅(52) 부장검사와 피의자 한동훈(47) 검사장 간에 육박전이 벌어졌고, 대검 간부 사이에서도 내부 갈등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대검·중앙지검 갈라섰나?

윤 총장을 향한 이 지검장의 공개 항명으로 대검과 중앙지검은 아예 갈라서버린 모양새다. 지난 6월 30일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했으나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를 중단해달라며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을 검언유착 의혹 관련 모든 사건에서 완전히 배제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뿐만 아니라 실제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주요 사건을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주례보고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혀졌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에서의 영향력 물론 검찰 전체의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지검에 배당된 주요 사건들의 지휘에서 윤 총장이 힘을 쓸 수 없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중앙지검이 추 장관을 등에 업고 형평성을 잃은 수사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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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참모가 검찰총장에 불복, 대검 형사부도 내부갈등

대검-중앙지검의 갈등 아래 대검 형사부에서는 내부 갈등 상황이 포착됐다. 김관정(56) 대검 형사부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검언유착 의혹 관련 수사심의위에 박영진(46) 대검 형사1과장이 작성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검 실무진은 의견서에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며, 검언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가 이 전 기자를 상대로 함정 취재를 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 박 과장은 의견서 제출이 불발되자 "대검 의견을 달라는 심의위 요청에 따라 의견서를 준비했으나 형사부장이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고 의견서 제출을 불허했다"고 반발했고, 대검참모 김 부장은 "의견서를 내지 말라고 했는데 내려고 한 게 항명"이라고 받아쳤다.

대검 참모가 검찰총장 뜻에 불복하고, 실무진이 그 참모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지휘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수사를 보호하고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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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언유착 수사, 어디로 가고 있나?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려는 수사팀도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수사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2018년부터 시행된 수사심의위 제도에서 최종 의견까지 나온 사례는 모두 8건이며 검찰은 8건 모두 수사심의위 의견을 따랐다.

이번 검언유착 사건 관련해 심의위 위원 15명 중 10명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에 찬성하고 11명이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ㆍ가입자 식별 모듈)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이는 곧 ‘현직 검사의 주먹다짐’ 파동의 빌미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안팎에서는 “시작은 검언유착 수사였지만, 결국 끝은 진영싸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지검이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이를 둘러싼 정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윤 총장은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며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 언급은 ‘권력형 비리’를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수 차례 검찰총장의 역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윤 총장이 말하는 검찰총장의 역할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윤 총장은 자신이 정치권 압박의 방패가 되어서라도 권력형 비리 수사에 앞장설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으로 범여권과 윤 총장 간 대립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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