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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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중 관계를 가장 적절히 표현한다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문구이다.

한국 측에서는 봄은 온 것 같은데 진정한 중국발 훈풍이 불어오지 않는 기분이다. 

중국입장에서는 훈풍을 보내고 싶어도 한국이 준비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

춘래불사춘의 배경을 알게 되면 더욱 그 의미가 우리 마음에 와 닿는다. 왕소군은 전한 원제의 궁녀로 이름은 '장'이었고, 소군은 그의 자였다.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었기에 흉노와의 화친 정책에 따라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왕의 애첩이 되었지만 머나먼 타향살이가 쉽지는 않았을 것을 당나라 시대 인물인 동방규가 그녀의 불운한 정경을 시구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春來不似春)”

그야말로 '때가 되고 무언가 좋은 상황‘이 오긴 왔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뭔가 ’어정쩡하고 깔끔하지 못하게 진행되는 상황'정도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좋은 때가 왔는데도 분위기가 무르익질 못하는 상황이다. 한중 수교이후 그간 30여년의 밀월관계가 그립고도 아쉬운 시점이다.

중국의 간접적인 불만과 무언의 압박을 짐작할 만한 대표적인 최근의 사건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중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3년 만에 ‘2023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푸대접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중 수교 이후 역대 최악의 한국 내 방중 정서와 중국내 반한 정서도 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모 경제매체는 “삼성 향한 중국의 경고? ... 회담, 기념촬영에서 뒷줄로 밀려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타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삼성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흔들기로 입장이 난처해진 삼성을 향해 중국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어떤 국제 행사에서도 좌석 배치나 사진 촬영 위치는 의전 서열과 참석자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척도다. 

삼성에 대한 의전 배려를 보면 주최 측인 중국이 삼성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삼성을 떠나 한국에 대한 불편한 속내(內心)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 진다. 

대 중국 수출 격감과 함께 무역 수지 역전 현상은 우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간 중국은 우리 경제 성장에 가장 수혜를 안겨주었다. 중국은 수십 년간 우리나라 무역수지의 주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최대 무역 흑자국 지위는 이미 옛말이 되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중 무역 적자 시대가 열렸다. 

올해 2월까지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50억 7천4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이제는 무역 최대 흑자국이 아닌 적자국 1위가 바로 중국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 역시 우리를 크게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의거해 투자 보조금 신청을 하는 기업들에게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산출 공식을 담은 엑셀 파일 제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판매가격까지 공개하라니"... 미국측이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 중간에 끼어든 한국 입장에서는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가 된 형국이다.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한 그리 쉽사리 해결 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이다. 결국 주어진 주변 환경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우리의 대외전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치(안보)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국의 경우 향후 정부 간 긴밀한 협력 시스템 가동이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민간 공공외교 역할과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 돌탑 논리’들 제시하고 싶다. 

제주에서는 땅의 기운이 낮은 곳에 돌탑을 쌓아 그 지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언뜻 보기에는 엉성한 돌탑들이 세찬 해풍과 해일에도 수많은 세월을 끄떡없이 지켜왔다.

돌 사이사이 틈새로 바람이 빠져나갈 있어 버틸 수 있었다.  틈새는 바로 '쉴 틈' 역할을 한다. 빈틈없는 콘크리트였다면 바로 쓰러지고 말았다는 논리이다.

중국의 일사불란한 체제하에서는 관료조직은 경직성과 유연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콘크리트 같은 ‘빈틈없는 조직’이다.

하지만 점차 서구사회에 익숙한 젊은 층으로 갈수록 정치보다는 자기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 

돌 하나하나를 소중히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실천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쉴 틈 있는 사람’, '빈 틈 있는 사람', ‘감정 있는 사람’들과의 감정을 돈독하게 하여 친한적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공식외교의 '빈틈없는 조직‘보다, 민간 공공외교의 ‘쉴 틈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양성 해온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중국의 대일 전랑 외교(戰狼外交)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중외교에 대응하는 사례를 우리는 실로 배워야 한다. 

탑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 했다면 이제부터 對중국외교는 바텀업(Bottom-up)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식외교는 의도를 갖고, 결과를 예상하고, 시나리오가 있는 교류 형태이다.

반면, 민간교류와 공공외교는 사람냄새 나는 접촉을 통해 ‘사람 사는 세상맛’을 서로 즐기면서 진정한 본심을 나눌 수 있다.

사람 대 사람의 만남, 순수 사람 간의 교류이기 때문이다.

직접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진면목을 이해 할 수 있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큰 힘을 갖고 있다. 상호 친밀도나 공감대 형성에 아주 용이한 이점을 갖고 있다.

민감한 정치· 역사 문제 논쟁 보다 서로가 어떻게 먹고 살며, 어떻게 생활하는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 더욱 서로의 문화·생활에 관심이 생기도록 하여 친밀도 와 친숙감을 증진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서로의 선입견을 버리고 눈앞의 사람을 보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우리를 진정으로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모든 지방 자치단체는 상호 교류 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에는 유독 중국 교류협력 단체가 많다. 이들 단체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양국 정부차원의 한중 관계가 어려운 국면을 맞는다 하여도, 민간 차원에서 서로 더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정신이 형성되어 있다면 결국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민간 공공외교가 중요한 이유이다.

물망초심(勿忘初心)과 구존동이(求存同異)자세 견지다. 한중 수교 할 때의 설레는 마음가짐과 상호 이해와 존중으로 수교 정신을 끝내 잃지 않아야 한다. 멀리 하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 삼천년 역사 속에서 같이 웃고 울고 지내온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G2국가로 부상했다.  세계 최대 소비대국이자 문화대국이다.

서로의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은 보류하고 뜻이 맞는 부분이나 이익이 있으면 다양한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민간 공공외교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 내수 시장 진입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사소한 것 , 서운한 것에 너무 마음두지  말아야 한다. 긴 호흡으로 진정성 갖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 없다. 마음이 있는 곳에 뜻(意志)은 이루어지는 법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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