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빛축제를 즐기러 떠나볼까요?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빛축제를 즐기러 떠나볼까요?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3.03.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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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이제 우리의 삶는 정상으로 돌아온 걸까?

지난 월요일을 기점으로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착용의무를 해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등 지난 3년간 우리의 일상이었던 ‘코로나 방역’에서 거의 자유로워졌다.

이와 더불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여가 생활인 듯하다. 미루어 두었던 모임을 시작했고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계획한다.

아마 올해 리옹이나 비비드시드니는 그 어느 때 보다 성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3년만에 코로나 이전의 프로그램과 유사하게 개최되어 사람들이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더욱 그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뉴스에서 비비드시드니 빛축제가 d-100일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매년 남반구의 겨울 5월말로부터 6월초에 열리는 호주의 빛축제 VIVID SYDNEY는 작년, 3년 만에 개최되었을 때에도 놀랄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했고 공연은 제한적이며 컨텐츠의 형식이나 빛축제 공간에도 제약은 따랐지만 사람들은 모여, 즐기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었던 축제의 장이 많이 그리웠었나 보다.

북반구 최대의 겨울 축제 리옹도 이제까지 쌓아두었던 보따리를 풀어낼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프랑스는 이미 마스크를 벗은 지 오래지만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든 아티스트나 관광객의 북적거림을 예년처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빛축제 보다는 작은 도시에서 개최되는 빛축제들을 돌아볼 계획을 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이나 헬싱키, 프라하와 같은 도시들은 리옹이나 비비드 시드니와는 사뭇 그 분위기가 다르다.

암스테르담은 도시경관의 특징인 운하 주변에 작품을 전시하여 빛축제를 연다. 운하에 반사되는 빛의 향연을 배를 타고 즐기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헬싱키의 LUX는 헬싱키 대성당을 중심으로 한 방향의 루트를 갖는 도시의 특징을 이용하여 빛축제를 개최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프라하는 역사적인 건축물, 공공 건축물을 이용하여 빛축제 Signal Festival을 개최한다. 이들 축제의 흥미로운 점은 넓지 않은 제한된 장소에 조명 작품을 전시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전시되는 작품은 그 예술성과 창의성에 중점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체 역시 아티스트 그룹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시나 회사와는 매우 독립적으로 일한다는 점도 같다. 이 때문에 축제가 지향하는 가치나 특징이 지속 가능하며 대신에 빛축제의 시작은 작품 수도 적고 방문객도 적어 초라할 수 있으나, 햇수가 거듭되면서 그 독특한 가치를 인정받아 작품의 수가 늘고 영역도 확장되어 참여하는 관광객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들 축제는 실내 등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이용하여 전시가 이루어지며 그 도시의 랜드마크나 상징적인, 이미 잘 알려진 건물이나 모습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매력을 가진 곳에도 작품을 전시하여 도시를 구석구석 즐기게 하고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광화문 미디어축제 슬그머니 빛초롱 축제로 이름 바뀌어…

성격과 내용 지켜지는 것 중요

 

작년 말, 광화문광장에서도 빛축제가 열렸었다. 새롭게 조성된 광화문 광장이 빛의 조형물로 가득했었다. 10월말 이태원 참사로 다수가 군집하는 행사를 여는 것도, 축제의 흥을 즐기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어서 ‘다행히’ 많은 사람이 즐기지는 못한 듯 하다.

‘다행히’라는 표현은 그 축제의 정체성이 어느 순간 변질되는 것을 목도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 있다. 광화문 광장 빛축제의 출발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건축물에 투영되어 컨텐츠를 보이는 미디어 아트는 캔버스가 되어야 하는 건축물의 형태와 주변 빛환경이 중요한데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캔버스는 경관조명이 그대로 켜져있는 상태에서 프로젝션 매핑이 비추어져 컨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광장 주변의 몇몇 건축물에 비추어진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기 위하여 광장은 비워졌어야 하는데 광장에는 미디어 아트보다 더 밝은 빛의 조형물들이 놓여져 있고 장터를 방불케하는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자리하여 미디어 아트는 고요 속의 외침처럼 어정쩡하게 그림을 그려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순간 광화문 미디어 축제는 빛초롱 축제로 슬그머니 이름을 고치고 사람들에게 홍보되고 있는 것을 보고 아직도 먼 빛축제의 현실을 실감했다.

공공에서 계획하는 행사들은 거의 일년전부터 그 성격과 내용이 정해지고 실행할 용역사 선정이나 실행 내용을 결정한다. 빛축제는 적어도 실행되기 한달 전이면 리허설을 하면서 콘텐츠마다 제대로 영상이 보여지는지, 그 효과가 생각과 같은 밝기, 효과, 연출을 내는지, 관람하는 사람들을 안전 밖으로 내몰 위험성은 없는지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준비되는 축제가 기획했던 바와는 다르게, 급조하듯이 채워지는 상황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올해도 서울이나 여러 지자체에서 빛축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주제도 정하고, 작가나 작품 선정도 엄격히 하고, 특별하고 성공적인 빛축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의 계획을 신중하게 세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세운 계획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축제에 관계하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