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붕개 되기 싫은 국민 뜻 외면하면 국토부 장관 교체만으로는 부동산 대란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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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일】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문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를 각각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각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아왔다. 3년 6개월을 국토교통부를 이끌어 역대 최장수 장관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24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도 아파트 매매가, 전세가. 월세가 급등을 막지 못했다. 이로 인해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주요 원인 가운데 이러한 부동산 정책 실패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더 이상 김 장관으로는 부동산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추스를 수 없다는 판단이 이번 개각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장관 교체에 대해 그동안 성과를 많이 내는 등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며 “경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는 상황인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춰 좀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개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이번 개각에도 그동안 추진해 왔던 부동산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값은 분명히 잡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장담과는 정반대 현상이 집권 기간 내내 계속 이어졌다.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장관은 교체하겠지만 현재의 정책 기조는 이어가겠다고 한다면 변화의 여지는 없다는 얘기 아닌가.

정부는 지금의 집값 폭등이 전 정권 탓이라며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주택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진 정책이기에 집값은 물론 전세, 월세도 급등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소위 가재, 붕어, 개구리를 일컫는 가붕개가 사는 집을 원하는 게 아니다.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주택을 원하고 있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근본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

청와대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내정자에 대해 실제 현장에서 주택공급을 해보고 건설해온 만큼 체감형 정책들을 추진해나가면서 달라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 눈높이를 외면한 정책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작금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값 폭등은 국민들이 가붕개처럼 살기 싫다는 의사를 집단적으로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기조 변화 없이 국토부 장관 교체만으로 부동산 대란을 막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이점을 깨닫지 못하면 누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오든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금 국민이 바라고 있는 주택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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