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4일 중국공상은행(ICBC) 상하이 지점 금융시장부의 한 직원이 업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지난해 4월 14일 중국공상은행(ICBC) 상하이 지점 금융시장부의 한 직원이 업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중국 젊은 세대에서는 '이중생활(割裂人生)'이 뜨거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중생활이란 하나의 정체성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더우반(豆瓣)에서는 최근 '일과 삶을 분리하라'와 관련된 주제의 게시글이 약 1만1천 개나 조회됐다. 해당 게시글의 총 조회 수는 4억 회를 넘어섰다.

간호사와 모델, 교사와 스탠드업 코미디언, 엔지니어와 밴드 연주자 등 본직업과 다른 두 번째 직업을 가진 중국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이중생활을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

2021년 더우반에 '이중생활'이라는 주제를 첫 제시한 싱얼양(邢爾陽∙31)은 그의 글이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을 줬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2014년 졸업 후 싱얼양은 공공기관에 취직했다. 낮에는 부지런히 일하지만, 퇴근 후에는 스탠드업 코미디, 브이로그, 팟캐스트 방송 등 취미를 새로운 커리어로 발전시키고 있다.

싱얼양은 이중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게 됐다면서 이는 '인생'이라는 '시험'에 직면한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생각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싱얼양은 "요즘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은 칼로 삶을 반으로 자른 것과 같다"며 "낮엔 열심히 일하고, 다른 한편으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면의 진실, 선,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19일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에서 공연 중인 한 밴드. (사진/신화통신)

웨이헝(瑋珩∙26)이라는 별명을 가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출신 네티즌과 안후이(安徽)성 쉬안청(宣城)시에 거주하는 탕위한(湯雨寒∙27)이 연일 인터넷에서 화제다.

두 사람은 수천 마일 떨어져 있고 미디어와 금융이라는 각기 다른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음악을 좋아해 여가 시간에 밴드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웨이헝은 현재 퇴근 후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탕위한은 데스메탈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온 두 사람은 직장 생활에도 충실하다. 사실 이들은 처음엔 가족과 동료들의 의구심과 걱정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고 추진해 나간 결과 다른 사람들의 존경과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웨이헝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생각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며 "부모님은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밴드 활동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신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지만 나 같은 젊은 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고방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현재 호황을 맞이한 엔터테인먼트의 단면을 보여준다. 웨이헝은 "최근 수년간 라이브 스트리밍,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중국에서 호황기를 맞았고 음악 산업도 긍정적인 성장 모멘텀을 보였다"며 "일부 밴드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냈다"고 전했다.

탕위한은 "앞으로 어느 곳에서 어느 일이든 할 수 있겠지만 기타리스트로서의 나의 정체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직장 일로 힘들 때마다 기타를 연주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음악광인 두 사람은 밤 시간을 활용해 리허설을 하고 공휴일과 주말에는 공연을 펼친다. 현재 웨이헝의 밴드인 '플로팅 소울'은 8곡을 발표하고 음악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앨범 발매와 공연 투어 준비 중에 있다.

스옌룽(師艷榮) 톈진(天津)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연구원은 "이중생활 열풍은 중국이 경제 발전과 함께 사회 내 다양성과 포용력도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이들은 더 이상 자존감을 위해 일과 돈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으며 그들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을 실천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 부연구원은 오늘날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의사가 있다면서 과거 애니메이션 문화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듯이 젊은 세대의 '이중생활'도 새로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서울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