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압박으로 연임 포기 의사 밝혀…임종룡 씨 등 4파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하던 종합금융그룹 1위 도약이 관치금융에 무릎을 꿇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하던 종합금융그룹 1위 도약이 관치금융에 무릎을 꿇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스페셜경제=정수남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계획이 관치금융에 무릎을 꿇었다.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손태승 회장은 2018년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하면서 종합금융그룹 1위 도약을 목표로 천명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이 금융당국의 압박과 이사회의 부정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최근 연임 포기 의사를 표명했다.

손태승 회장이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손태승 회장의 임기는 3월 25일까지다.

이로써 손태승 회장이 추진한 우리금융지주의 종합금융그룹 1위 도약도 어렵게 됐다.

손태승 회장은 취임 이후 목표 달성을 위해 금융지주회사로 재전환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손태승 회장은 국내외 기업을 지속해 인수했으며, 지주사 전환 당시 27개이던 계열사를 지난해 32곳으로 늘렸다.

이에 따른 금융지주 직전인 2018년 2조7593억원인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6597억원으로 32.6%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3분기 우리금융지주의 누적 영업이익은 3조7027억원으로 이미 전년 실적을 추월했다.

손태승 회장은 목표 달성을 위한 독립 경영을 위해 완전 민영화도 구현했다.

2019년 말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1억2460만4797주, 지분률 17.25%)을 꾸준히 매입해 2021년에는 5.80%(4221만7960주)로 줄였다.

반면, 우리사주조합은 지분율 9.82%(7149만298주)로 최대주주가 됐지만, 예보와 국민연금공단(6547만9545주, 8.99%) 등 공기업보다는 적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서울 회현동 본점. [사진=정수남 기자]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서울 회현동 본점. [사진=정수남 기자]

이로 인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낙하산 인사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회장 후보로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우리FIS 전 사장, 임종룡 씨 등이 확정됐다.

이중 임종룡 씨는 1980년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0년대 초 기재부 차관을 지냈다. 그는 이후 국무총리실 실장에 이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임종룡 씨가 실무와 현장,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 말이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이들과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최종 후보를 추천하고, 최종 후보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 예정이다. 다만, 현재 우리금융의 노동조합은 임종룡 씨 인선에 반발하고 있다. 완전 민영화한 조직에서 외부 인사 대신 내부 인사가 회장이 돼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와관련, “지난해 검사 출신인 이복현 씨가 금융감독원장으로 자리했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옷을 벗었다”며 “정부가 금융시장을 시장 논리에 맡긴다고는 했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관치금융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여전히 관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은 4연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연임 후에 물러났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3연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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