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Escape from Mogadishu)’(2021)
‘모가디슈(Escape from Mogadishu)’(2021)
  • 박대형 인턴기자
  • 승인 2021.07.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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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 사진=네이버 영화

[스타인뉴스 박대형 인턴기자] 2021년 7월 28일 개봉했다.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가 제작했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했다. 2019년 10월부터 약 4개월간 모로코에서 촬영했다. 100%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 순 제작비는 약 240억 원이다. 한국상영관협회의 지원을 받아 손익분기점은 65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본래 2020년 여름 개봉을 예정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1년 지연됐다. 용감하게 극장 개봉을 단행했다. 개봉 첫날(7월 28일) 약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기록적인 참패라고 할 수 있는 스코어이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대한민국이 UN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 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 영화 <모가디슈> 스틸 컷 / 사진=네이버 영화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이 출연했다. 원제는 <탈출>이다. ‘탈출’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존’ 말고 다른 주제는 없다. 간명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오락 영화의 미덕에 충실하다. 지루하지 않다. 제작비만큼 볼거리 있고, 에피소드 자잘하게 많고, 적당히 감동도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여름 성수기 영화로 적합하다.

<모가디슈>의 비교 대상은 윤종빈 감독의 <공작(The Spy Gone North)>(2018)이다.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남북한 인물이 분단 현실을 넘어 자연인으로서 교감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닮았다. 림용수(허준호)를 보자마자 <공작>의 리명운(이성민)을 연상했다.

▲ 영화 <모가디슈> 스틸 컷 / 사진=네이버 영화

그러나 영화의 성격은 다르다. <공작>이 ‘할 말’이 있는 영화였다면, <모가디슈>는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 있는 영화이다. <공작>의 인물은 ‘대의’를 이유로 움직인다. <모가디슈>의 인물은 ‘생존’을 동기로 행동한다. <모가디슈>에 깔린 정서는 ‘휴머니즘’이다. 철저히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스케일은 큰데 내용은 소박하다. 전형적인 텐트폴 영화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600만 명은 들었을 것 같다.

<공작>과 외양은 비슷하나, 연출자의 의도는 다르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을 두고 “세계 어디에도 이런 스토리를 담을 영화는 없다.”고 자부했다. 그렇다. <공작>은 한국적 상황을 아주 창의적으로 담아낸 영화였다. 이런 영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못 만든다. 반면 <모가디슈>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의도한 것 같다. 걸출하고 야심만만한 영화로 보기는 어렵다.

▲ 영화 <모가디슈> 스틸 컷 / 사진=네이버 영화

어린아이들이 총을 난사하며 “까르르” 웃는다. <모가디슈>가 비추는 경악스러운 장면이다. <랑종(The Medium)>(2021)보다 무섭다. <모가디슈>가 소말리아 내전을 비롯해 정부군과 반군, 극 중 인물과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이렇다. 휴머니즘이다. UN 가입과 한국의 시대상은 조금 다루다가 만다.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 <부당거래(The Unjust)>(2010), <베테랑(Veteran)>(2015)과 성향이 다르다.

극 중 인물이 거두는 ‘공적인 성취’는 없다. 음모, 반전 같은 장치도 없다. 단순하고 담백하다. 장악하기 쉽지 않은 규모인데, 감독은 의도한 대로 잘 통제했다. ‘무리수’가 없다. 류승완처럼 경험 있는 감독이 아니라면 일관성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흔히 말하는 ‘천만 영화’는 아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평이하고 납작하다. 이야기의 가지를 쳐내더라도, 캐릭터의 개성까지 쳐내면 곤란하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컷 / 사진=네이버 영화

힘을 주었던 캐릭터는 강대진(조인성)과 태준기(구교환)이다. 태준기 참사관 역은 혼자 ‘장르적’이어서 부자연스럽다. 강대진 역은 조인성이 제대로 요리하지 못했다. 강대진 역을 유아인이 맡았다면 더 예리하고 풍부하게 표현했을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한신성(김윤석)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인데 상(像)이 잡히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인물을 ‘자연스러움’으로 조각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날카로운 영화는 아니다. 오락성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The Thieves)>(2012)만큼 탁월하지도 않다.

<모가디슈>를 보고 나면 ‘이탈리아’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시대상에서 마치 엄청난 선진국처럼 느껴진다. 사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가 추월했다. 지금 미얀마 국민이 보는 대한민국은, 과거 우리가 보았던 이탈리아 같은 국가가 아닐까. 배우보다 이탈리아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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