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자 등 신선 농산물과 라면, 쌀 가공식품 등 수출길 발 묶여
정부, 항구 활용 대체 수송, 야간 주말 추가 출고 등 대책 마련 중

섬유질배합사료 먹는 한우. 사진=농촌진흥청
섬유질배합사료 먹는 한우. 사진=농촌진흥청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2일째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철강업계의 피해액은 1조원, 정유업계는 5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파업이 더 길어지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축산업계도 위기에 직면했다. 사료·신선 농산물 유통 및 수출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80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올해 11월 누계 기준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식품부는 일본의 기록적 엔저, 미국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소비위축 등 주요 수출시장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K-푸드 페어, 한류 드라마 연계 홍보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배, 유자 등 신선 농산물과 라면, 쌀 가공식품, 커피 조제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수출 성장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수출 진흥 정책에 박차를 가해 올해 연간 수출액 90억 달러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치(85억 6000만 달러)를 단 1년 만에 경신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에 따라 물류센터의 컨테이너가 출고되지 못하고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에 따라 물류센터의 컨테이너가 출고되지 못하고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화물연대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청사진은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다. 수출액 9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12월 월간 수출액이 9억 2000만 달러를 넘어서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월간 수출액(7억 9000만 달러)보다 많다. 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난해보다 수출 여건이 개선돼야 하는데 화물연대 파업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축산업계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배합사료 원료 대부분과 조사료 일부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료 공장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 물량이 2~3일에 불과해 운송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사료 공급이 지연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는 수출액 9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수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물류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신선도 유지 문제 등으로 물류 부담이 큰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겨울철 본격 출하기를 맞아 주력 수출 품목인 딸기에 대해서는 국적 항공사와 협력해 동남아 지역으로 매일 운송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달 중으로 농식품부는 수출 업체당 8000만원인 수출 보험 지원 한도를 내년 상반기까지 1억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최대 시장인 일본으로 수출하는 농식품 업체를 대상으로 단기 수출 보험의 자부담을 내년 6월까지 면제할 계획이다.

정부는 생산자 단체, 농협, 계열업체 등과 직통회선을 구축해 실시간 동향을 파악하고, 정상 운영되는 항구를 활용한 대체 수송, 야간 및 주말 추가 출고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부산항과 인천항으로 도입되는 상시비축 농산물의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구에서 통관·운송 대기 중인 물량에 대해 검사 합격 후 긴급 반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농가와 수출업체 등 업계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피해 상황을 파악해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후계농업인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정책실장은 "농촌현장은 가축사료 공급, 농축산물 출하 등에 있어, 화물운송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므로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특정 분야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농업인 등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볼모로 잡는 행동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민생‧경제 불안으로 국민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국민 피로감 증대, 사회적 갈등 초래 등 각종 부작용을 야기해 파업의 명분이 퇴색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화물연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속히 현장에 복귀해 성숙한 책임의식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키워드

#화물연대
저작권자 © 포인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