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뻣뻣해지다 기절”…여행 후 ‘이 세균’으로 죽을 뻔한 女, 무슨 일?

치명적인 수막구균 B 박테리아에 감염...목 뻣뻣해지고 머리에 소리 울린 뒤 기절, 젊은층에서 잘 발생

수막구균이 몸을 공격해 사망 직전까지 갔던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뉴욕포스트 보도 갈무리]
수막구균이 몸을 공격해 사망 직전까지 갔던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사는 클라우디아 길은 18세 때 죽을 고비를 겪었고 2년이 지난 지금 모든 사람들에게 수막구균 증상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가 ‘열혈 수막구균 주의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선 사연은 이렇다.

길은 18세때 퀸즐랜드에서 장기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로에 시달렸고, 귀가 소리에 매우 민감해졌으며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다가 목이 뻣뻣해지고 구토를 했고 급기야 기절했다. 길은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검사결과, 치명적인 수막구균 B 박테리아에 감염된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의료진은 조금만 더 늦게 병원에 도착했더라면 길이 죽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길은 병원에서 5일 밤을 지내고 몇 주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서서히 일과 학업에 복귀했다.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클라우디아는 때마다 규칙적으로 극심한 두통을 겪고 있다. 길은 아직도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수막구균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와 함께,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찾아 무엇이 자신의 몸을 공격했는지 알고 싶었다. 길은 커뮤니티나 환자 단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자신이 이 질환에 대한 홍보를 위한 좋은 테스트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은 사람들이 수막구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증상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길 자신도 처음에 경미한 발진만 겪었지만 수막구균과 관련된 증상은 나중에 나타나기도 했다. 발진 이후 점차 빛과 소리에 민감해지고 목이 뻣뻣해지며 메스꺼움, 등 뻣뻣함, 구토, 몸 전체가 뻣뻣해지고 두통이 이어졌던 것이다. 길은 “발진이 더 일찍 나타났다면 더 일찍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며 “미리 증상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막구균 백신으로 예방 가능…호주에서는 무료 백신, 전파력도 강해 

수막구균은 혈류로 들어가 혈액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의 일종이다. 길은 수막구균 B에 걸렸으며, 이에 대한 백신은 위의 면역 질환을 가진 사람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신생아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수막구균으로 인한 사망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유는 백신이 널리 보급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질병이 빠르게 발병하는 탓이다. 지난주 서호주 성인 1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했다. 사망 사례는 2020년 이후 서호주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또 다른 두 명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보고됐다.

길은 뉴캐슬에서 공부하지만 원래 울릉공 출신이다. 2022년 말 울릉공에서 23세의 브레이든 체이터(Brayden Chater)가 뇌사 상태에 빠져 수막구균 B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상태는 24시간 만에 열이 나는 것 같다가 경련을 일으키고 반응이 없는 등 급격히 악화됐다.

길이 어디서 박테리아에 감염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23년에 호주 전역에서 143건의 수막구균 변종 사례가 실험실에서 확인된 바 있으며, 이 감염은 유아와 15~19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뉴사우스웨일즈주가 36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노던 테리토리와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가 인구 10만 명당 1건으로 1인당 발생 건수가 가장 높았다. 2024년 현재까지 3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남호주에서 총 9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수막구균 유료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은 주로 집단생활자 

국내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막구균은 수막염과 패혈증, 기타 감염을 일으킨다. 수막구균에 의한 수막염은 두통, 발열, 경부 경직, 오심, 구토 등이 급격히 시작하며, 더 진행되면 의식이 혼탁해진다. 수막구균 패혈증은 수막염의 증상이 없으면서 혈액에서 수막구균이 발견되는 경우로 피부에 출혈소견이 동반되기도 하고, 발병 24시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기타 감염으로 폐렴, 관절염, 후두개염, 중이염, 심낭염 등이 있으나 수막구균 감염증의 특징적인 증상 없이 해당 부위 검체에서 수막구균이 확인된 경우다.

수막구균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호주에서는 신생아, 14~16세, 무형성 및 저형성 빈혈, 보체 결핍증, 에쿨리주맙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게 A, C, W 및 Y 변종에 대한 예방 접종이 무료로 제공된다. 우리나라에서 수막구균 예방접종은 필수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택 예방접종이므로 영유아라도 유료로 접종을 받아야 한다. 영유아 외 수막구균 감염 위험이 높은 대상자에게 접종이 권고되므로 의사와 상의한 후 접종여부를 결정한다.

질병관리청이 제시한 접종대상은 △보체 결핍 △비장 절제 등의 해부학적 또는 기능정 무비증
△HIV 감염증 △신입 훈련병 △수막구균을 다루는 실험실 종사자 △수막구균 유행지역 여행자 또는 체류자 △소속 집단 또는 지역사회 내 유행 시 △예방접종증명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
△그 외 접종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기숙사에 거주할 대학교 신입생) 등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5년 ~2019년 발생한 수막구균 감염환자의 연령대는 20대가 36%로 가장 많다. 10대가 25%에 이른다. 비교적 젊은 층에서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대학교 기숙사, 군대 등 집단생활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접종권고 대상에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이나 군인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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