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본법은 19대 국회부터 (현재) 21대 국회까지 7년간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코로나19 등과 같은 위기에서 ‘연대와 협력’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0년 국회에도 사회적경제 관련 주요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기본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각 지역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이로운넷>이 이들의 투고를 받아 연재한다.

저는 2016년 정부(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참여해 같은 해 창업하고 작은 규모의 사회적기업을 오늘까지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년 3월이면 창업 5년에 이르게 됩니다. 사회적기업과 그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덕목, 즉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정부 지원이 적지 않음에도 너무 힘들어 남몰래 ‘이쯤에서 포기하는 것’과 ‘계속 도전’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많이 갈등하면서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무엇이 저를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너무 힘에 부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제 인생에 적잖게 영향을 끼친 전태일을 소환했습니다.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내가 못다 이룬 꿈에 도전한다는 다짐으로 이 길에 들어선 것 아닙니까? 그 꿈을 대신할 더 없이 소중한 무엇이 있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못다 굴린 이 덩이를 끝까지 굴려 가진 것도 크게 배운 것도 없는 우리지만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은 우리들의 인내와 용기 있는 실천으로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아요” 이렇게 위로 받으며 오늘까지 어렵게 왔습니다.

고작 10명 남짓한 일자리지만 제가 만든 취약계층 일자리를 지키고 그것을 더 괜찮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무진 애를 썼습니다. 영세한 기업이지만 단 한 사람의 해고도 없이 오늘까지 왔습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발생으로 증폭된 경영위기, 고용위기 국면에서도 고용조정 없이 위기를 극복한다는 ‘NO고용조정 YES함께살림’ 캠페인을 힘차게 펼쳤습니다. 그 성과로 울산의 21개사 사회적경제조직 노사대표자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고용조정 없는 동행’을 지역사회에 공개적으로 표명했습니다.

울산지역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21개 사회적 경제조직 노사 대표들은 지난 6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조정 없는 동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울산지역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21개 사회적 경제조직 노사 대표들은 지난 6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조정 없는 동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뿐만 아닙니다. 지난 6월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힘과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협동과 나눔, 자조와 자립을 기치로 울산권역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참여하는 연대체를 발족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기업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조직을 위하여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기부금으로 이자를 대납해 주며 위기에 처한 사회적경제조직들에게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무엇을 자랑하고 내세우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런 행동 규범이 사회적경제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겠으나 보잘 것 없는 수준의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취약계층 일자리를 지키자며 한 푼 두 푼 모은 정성만큼은 바다와 같은 크기입니다. 이런 실천을 격려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봅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 사회적경제를 꽃피우는 데 필요한 국회입법은 이런 필요와 정성에 대한 화답이기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인 조례 입법은 중앙 정부 또는 국회 입법이 있은 후 시행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지방자차단체들이 사회적경제육성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법령의 체계와 위계의 혼돈은 그 사회적 필요와 요청은 오래되고 강력한 데 비하여 국회 입법의 거듭된 실패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국회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공익과 시대·사회적 요청에 부합합니다. 정당 간 사회계층 간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도 아닙니다. 그런데 국회입법이 왜 거듭 유실되고 지체 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국회가 발의된 입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절실한 마음으로 요청합니다.

이영도 사회적협동조합 울산사회적경제공동체 이사장
이영도 사회적협동조합 울산사회적경제공동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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