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로 사용할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우리는 업사이클링에 집중했다. 오래 비어있던 빈집을 고유의 시간이 담겨 있는 건축물 기반을 많이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착안했다.

업사이클링은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공간의 개념에 적용하면 노후 건축물의 원형을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재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재생건축이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겠다.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한산향교의 유림들이 만든 오래 비어 있던 한산유림회관을 리모델링하면서 기존의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들을 보존하고 소통하는 체계를 가치로 생각하고 유연한 건축의 방식을 추구했던 것처럼, 2019년부터 삶기술학교를 통해 리모델링한 15곳 이상의 공간들이 모두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2020년 도시청년들이 시골살이를 하면서 거주공간과 숙박시설이 없었던 시절, 한산면 주민들과 지역 자산화 일환으로 10년간 방치된 서광장 여관을 업사이클링하여 커뮤니티호텔H로 재탄생시켰다. 2020년 12월에 오픈해 현재는 청년들이 한달살이를 할 수 있는 임시 거주지와 한산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숙박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우리는 건축에 대한 조예가 깊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중요한 요소가 ‘사람’과 ‘콘텐츠’ 라는 점에 있어서 공간을 재생할 때 지역주민의 관계성과 필요성의 관점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주민들과 청년들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공간의 개념이 생기면서, 주민들과 협력하여 더 많은 공간재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저 방치된 곳에 잡초와 너도나도 쌓아놓은 거대한 짐들,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공간이 주민들이 함께 힘써서 새롭게 재생하고 가꾸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올해 한산면 지현리 이장님을 필두로 정착 청년들과 ‘한산특공대’ 시민동아리를 결성했다. 마을 주민들이 매일 지나다니는 방치된 골목길을 재생하는 목적으로 버려진 항아리를 활용해 ‘다니고 싶은 골목길 만들기’를 기획했고, 주민 제안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일명 ‘팟 프로젝트’는 방치된 골목길에 시골에서 오래 동안 쓰이지 않은 채 방치된 항아리(팟)를 도구로 활용한 친환경 재생 건축 업사이클링의 방향성을 두었다.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출처=김혜진 삶기술학교 한산캠퍼스 공동체장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의 시각과 평생을 한산면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시각과 일치시켜 같은 방향으로 친환경 재생건축을 택했다.

굉장히 어렵기도 했고 수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부동산은 비유동 자산이면서 초기 투자해야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시골집이 부동산의 가치가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생겼고, 결코 싼 편도 아니다.) 또한 우리가 앞으로 거주하고 활동할 공간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오래 방치된 빈집을 다시 허물고 새로운 공간을 다시 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건축물은 그 도시와 인류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시대적 산물이자 지표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내고 싶다.

용도를 다하고 세월을 견디다 낡아버린 건축물은 쓸모없는 것이 아닌, 인간이 재현할 수 없는 시간과 사연을 품은 존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한다.

빗대어 지역살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아무리 도시에서 유행하고 성공한 신문물을 가지고 똑같이 구현한다고 잘 될 수 없듯이 고유의 공간, 시간과 사연을 품은 그 지역 사람들의 것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것들을 충분한 협의와 협력을 통해 일치시켜나가야 주민들과 우리가 융화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융화하는 그 과정 속에 있다.

늘 걷던 작은 골목길을 바라본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우리는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적인 재생 건축을 잘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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