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인 줄 알았는데" 가난 코스프레 연예인...'진짜' 앞에서 싹 들통났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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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 연예계 사정이다 보니 '가난'조차 도둑질하는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위선적인 셀링 포인트인 가난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스타들이 만연한 시대에 '진짜의 성숙함'을 보이는 이들이 밝혀지며 화제입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한때는 숨기고 싶던 가난이 어느덧 청춘의 콘셉트가 되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기에, 건실히 사는 청년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에. 가난은 콘셉트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찡 울리고, 나중엔 배신감으로 머리를 띵 울립니다. '가난 코스프레'라는 말은 대중에 대한 농락이 되었습니다.

물론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마저 훔쳐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대중의 배신감을 둘째치고 상처받는 제3자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 코스프레' 말 나오는 스타들

사진=놀면 뭐하니
사진=놀면 뭐하니

 

30년을 방송에 몸담은 베테랑 유재석은 위선적인 '~한 척'이 지탄의 대상임을 압니다. 과거 '놀면 뭐하니?'에서 이이경이 "일이 뭐가 힘듭니까 가난이 힘들지"라고 강조하자 "(그런 말)하지마. 아버지가 L사 사장이셨잖아. 너 집이 굉장히 부유한 걸로 이미 다 알고 있는데"라면서 사실과 다른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습니다.

유재석에 지적에 이이경도 멋쩍은지 웃으며 "아버지와 내 인생은 다르다"라고 말실수를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이이경의 말엔 의도가 없었습니다. 데뷔부터 아버지가 LG화학 사장임을 밝혔으니 일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한 유재석의 걱정에 나온 반응일 터입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가난을 팔고자 하는 연예인은 많았습니다.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나 혼자 산다'에서 곰팡이 핀 반지하 연습실, 상가 화장실에서의 찬물 샤워, 2G폰을 쓰는 일상을 보여줬습니다. 이 모습으로 잔나비는 자수성가형 밴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샴푸가 프랑스제 고가의 샴푸인데다 최종훈의 집이 부유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최정훈의 아버지가 김학의 전(前)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사업권을 불법으로 따내 부당이익을 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최정훈은 아버지의 사업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그가 '나혼자 산다'에서 꾸며낸 '가난 코스프레'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명 빚쟁이 컨셉으로 대중의 마음을 산 이상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2016년 70억대의 빚이 있다고 밝힌 이상민은 이후 채권자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연예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지고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왔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때 이상민의 허세와 궁핍 콘셉트가 먹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잘나가던 시절을 추억하는 '한물간' 가수 역을 자처해 중장년 시청자들에게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성실히 채무를 갚으려는 모습에 응원도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가 모두 '콘셉트' 같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하면서 이상민의 호감 이미지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명품 신발 수집이 취미인 빚쟁이'라는 이질적인 상황이 신뢰를 잃은 것입니다. 월세 수백만 원대 2층 집에 사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 가중되었습니다.

 

 

'진짜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스타들

사진=MBC '라디오스타'
사진=MBC '라디오스타'

 

가난 코스프레를 하며 대중들의 공감을 사는 스타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을 전시하지 않고, 담백하고 진솔한 고백으로 공감을 자아내며, 결국엔 본인의 아픔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스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진짜는 역시 다르다는 교훈을 줍니다.

지난 10월 5일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모델 출신 방송인 정혁은 유년기 편부 가정에서 자라며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심지어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 따돌림까지 당했다는 그에게 일요일 밤을 웃음으로 물들인 '개그콘서트'가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빛이었다는 말은 짠한 울림을 줬습니다.

이런 정혁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봤기에 본인 또한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 또 한 번 뭉클함을 안겼습니다. 지금도 온정의 손길을 베풀고 있지만 종국엔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그의 순수한 꿈은 그를 응원하고 싶게 만듭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베풂을 실천하는 스타로는 아이유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유가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다는 사연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명절만 되면 친척들은 아이유에게 "쟤 아직도 안 갔어?" "연예인은 아무나 하나, 그전에 제가 백만장자가 되겠다" 등 눈칫밥을 줬다고 합니다. 이에 이를 악물었다는 아이유는 정말로 꿈을 이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스타들의 스타가 됐습니다.

 

사진=채널A
사진=채널A

 

이후 아이유는 꾸준히 기부를 실천 중입니다. 특히 아이유의 기부는 그녀의 관심사를 또렷하게 드려내 늘 이목을 끈입니다.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출연한 뒤로 미혼모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는 아이유는 본인의 생일 미혼모가족협회 등에 총 2억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습니다. 

어린이날엔 한부모 조손가정 아동을 위한 기부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호 종료 아동도 아이유의 관심사입니다. 최근엔 데부 14주년을 기념해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특별시아동복지협회에 1억원씩 쾌척했습니다. 아이유의 기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및 여성암 환자의 치료비와 더불어 자립준비청년들의 안정적 자립기반 마련에 쓰일 예정입니다.

 

사진=사랑의 열매
사진=사랑의 열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피가 날 만큼 다쳤으나 병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임영웅 역시 꾸준히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 스타에 이름 올리고 있습니다. 

임영웅은 지난해 6월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해 아동복지재단 ‘꿈을주는과일재단’에 1억 원을 기부했으며, 8월에는 팬클럽 ‘영웅시대’도 수재민을 돕기 위해 8억 9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팬들은 임영웅과 관련된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기부에 동참하며 선한 영향력을 함께 펼쳐왔습니다. 특히 이번 생일을 기념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습니다. 영웅시대가 모범적인 팬 문화를 선도하며 귀감이 된 것입니다.

 

사진=TV 조선
사진=TV 조선

 

박완서가 1975년 발표한 '도둑맞은 가난'엔 가난에 온 가족을 잃은 여린 여공이 등장합니다. 비슷한 처지로 알고 동거했던 상훈이 가난 체험에 나선 부잣집 대학생이라는 걸 알고 이렇게 내뱉습니다.

"부자들이 가난을 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수만명에 달하는 연예인 가운데 매체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이들이 수천만원대 출연료를 받고 가난을 스펙 삼아 방송할 때 무명의 연예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진짜 궁핍에 절벽에 몰려있습니다.

 

사진=유퀴즈
사진=유퀴즈

 

어떤 이유로든 가난은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청년의 이미지 마저 기만적으로 훔쳐간다면 기댈 곳 없이 노력만 하는 자들의 설 곳은 연예계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낯부끄러운 가난 코스프레 속에서 그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며, 가난을 전시해 인기의 연료로 삼기보다는 도리어 본인보다 낮은 곳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이들의 이타심과 성숙함에 더욱 큰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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