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팀은 지난 골든글로브(Golden Globes) 오영수 배우의 남우조연상을 시작으로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이정재 배우와 정호영 배우가 비(非)영어권 최초의 남녀주연상을 받으며 일찍이 에미상 수상을 기대하게 했다.

마침내, 미국 텔레비전계의 최고의 상이라 여겨지는 에미상(Emmy Awards)에서 비(非)영어권 최초로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K-콘텐츠의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K-콘텐츠의 유례없는 성공에 많은 사람은 백범 김구 선생님이 꿈꾸던 문화 강국이 된 것 같다며 ‘오징어 게임’ 팀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메인 포스터

대한민국은 정말 문화강국이 된 것일까? 

황동혁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방송 시스템 안에서는 ‘오징어 게임’ 제작은 불가능이었다. 한국 방송 시스템은 ‘오징어 게임’을 만들 자금도, 그 잔혹한 표현도 담아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징어 게임’이 우리나라의 방송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졌다면, 우리가 아는 지금의 ‘오징어 게임’과는 많이 다른 형태와 내용으로 기억됐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기업에 가서야 빛을 보았고, 이는 미디어 상품의 성공에서 글로벌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었다.

본디 미디어 상품은 콘텐츠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와 콘텐츠를 담아내는 미디어와 같은 물질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K-콘텐츠의 저력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을 담아낸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플랫폼의 합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글로벌 OTT가 담을 수 있는 서사의 범위와 다양함을 온 세상에 보여준 넷플릭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 로고

미디어 산업학자 마이클 커튼(Michael Curtin)은 미디어 상품 시장의 핵심 요충지가 되는 데에는 두 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나는 원심력이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미디어 상품 유통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K-콘텐츠의 저력이라는 것이 바로 이 원심력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 다른 힘은 구심력이다. 미디어 산업에서 구심력이란 자본과 인재를 끌어당기는 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미디어 산업이 과연 얼마나 많은 자본과 인재를 대한민국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담을 사회 기술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서사를 담아낼 수 있을지 말이다.

아쉽게도 K-콘텐츠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온통 한국 콘텐츠의 ‘원심력’에만 집중된 듯하다. 한국의 콘텐츠가 얼마나 세계의 시청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지 확인하는 것에만 몰두해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구심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미디어 산업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구축해서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한국으로 유치하고 관리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안팎으로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김지원 교수
글/사진=김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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