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국산 항암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등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 평가를 받아 왔던 데서 나아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굵직굵직한 수입 약품을 받아들이는 등 올해 제약‧바이오의 글로벌화가 한층 가속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내년에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는 미래 신(新)산업 개척을 위한 수입‧수출 행보를 한층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나보타 (사진=대웅 제약)
◆ 나보타 수출 비중 85% 확대
대웅제약 나보타는 지난 2019년 5월 미국 시장에 처음 수출됐다. 나보타 수출 비중은 지난 2021년 54%까지 올랐다가 올해 3분기 기준 85%에 달했다. 북미 시장을 발판으로 유럽 등 해외수출이 크게 확대되며 나보타의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378억 원을 기록, 이미 지난해 매출액 1,141억 원을 크게 뛰어넘은 상태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톡신 제제 중 미국 시장에 진출한 유일한 국산 보툴리늄톡신 제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현재 나보타는 미국 시장에서 미간‧눈가주름 개선 등 미용 분야에 국한돼 활용되고 있는데, 미국 기업 이온바이오파마와 협력관계를 맺고 치료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지난해 47억4,0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절반을 넘어선 약 60%를 치료 영역이 점유하고 있다.
휴젤 로고
◆ 보툴렉스(레티보) 미 FDA 승인 획득
휴젤이 내놓은 '보툴렉스(미국 제품명 레티보)'는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간주름 적응증으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측은 현재 성공적 현지시장 진입을 위해 영업‧마케팅 등 준비 과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현지의 연말 휴가기간이 겹치며, 당초 연내 출시에서 내년 초로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툴렉스는 지난 2022년 이후 국내 매출액이 수출액에 미치지 못할 만큼 해외 진출 시기가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보툴렉스는 미국 진출에 앞서 이미 2016년부터 중국, 일본, 유럽 등 다른 국가에 먼저 진출했다.
특히 휴젤의 톡신·필러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1.6%에서 올해 3분기 59.1%로 크게 뛰었다. 이 중 보툴렉스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1% 올랐는데, 이는 지난 7월과 9월 미국 판매를 맡은 파트너사 베네브에 수출 물량을 싣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실제 올 1~9월 누적 매출액은 1,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렉라자 (사진= 유한양행 제공)
◆ 유한양행 렉라자, 기술이전에 현지 출시까지
앞서 유한양행이 출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타닙)가 지난 8월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 이전해 출시까지 이어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미국 FDA는 렉라자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정맥주사(IV) 제형 병용요법을 통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이미 국내에선 지난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임상 1상 진행 중인 지난 2018년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존슨앤드존슨 산하 얀센에 총 1조4,0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 수출에 성공했다. 이에 FDA 승인에 따라 얀센으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게 됐으며, 지금까지 얀센으로부터 받은 누적 기술료는 2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또한 렉라자는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허가권고 의견을 받아내면서 조만간 유럽 집행위원회(EC)의 최종 허가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 글로벌 개발·판권을 보유한 얀센은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 일본에서도 품목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성제약 유기농 생리대 中 50만개 수출 (사진=동성제약)
◆ 동성제약 유기농 생리대 中 50만개 수출
동성제약이 글로벌 수입‧유통 업체인 핌스와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 '와우(WOW)'에 대한 중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제품 50만 개 규모로, 중국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동성제약은 그동안 브랜드 이지엔‧랑스 등 다수 유통채널 및 파트너사를 보유, 중국 수출 시장에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수출을 통한 매출 급증이 기대된다.
와우 생리대는 100% 천연 코튼 커버를 사용해 민감한 피부라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완제품에 오가닉 원료가 95% 이상 사용됐음을 인증하는 OCS100 인증을 획득했으며, 형광증백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생리대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중국에선 현지 생리대 제조업체들의 품질 논란이 확산한 상황으로, 우량의 K-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성제약은 이번 계약을 통해 불안정한 현지 시장에 안정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비만치료제 위고비, 국내 상륙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국내 유통사 쥴릭파마코리아가 지난 10월부터 국내 주문 접수를 개시했다. 일론 머스크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위고비는 국내에서 0.2mg, 0.5mg, 1.0mg, 1.7mg 2.4mg 등 5개의 허가 용량을 득했다.
지난 10월 국내에 첫 출시된 지 2개월여 흐른 가운데 40만 원 수준의 고비용임에도 '위고비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인기가 오르면서 '게임체인저' 등 수식어까지 생겨났다.
특히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글로벌 비만치료제 현황과 개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2023년 190억3,700만 달러(27조3000억 원)에서 연평균 14.4% 성장해 오는 2028년 373억6,710만 달러(53조6,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 블록버스터 치매치료제 레켐비 등장
블록버스터급으로 평가받는 치매치료제 레켐비 또한 최근 국내에 상륙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기전 치료제로, 아밀로이드 베타 가운데서도 강한 독성의 가용성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와 불용성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에 결합해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켐비는 이러한 원인물질을 제거해 알츠하이머병 질환 진행과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를 인정받아 미 FDA에서 완전한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항체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의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 치료제로 허가를 득했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90만 명으로 추정된 가운데 이 중 10명 중 1명은 치매, 5명 중 1명은 경도인지장애에 각각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전체 치매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레켐비의 국내 상륙은 업계에 큰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