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신(新)산업 분야로 진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졌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블루오션'을 찾아 떠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반대의 양상도 두드러졌다. 제약‧바이오 기술 진보로 이미 업계 스스로가 미래 신산업 분야로 부상하면서 타업계 진입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타업계에선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제약‧바이오에 진출하면서 융합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 CI
◆ 셀트리온, 기존 바이오시밀러‧신약개발에서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확대
셀트리온은 자회사를 설립해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기존 바이오시밀러‧신약개발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최근 CDMO 사업을 전담할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100% 자회사로 출범했다.
이번 신사업 진출 배경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바이오의약품 수요 확대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수혜 등 대외적 사업환경 변화가 꼽힌다. 아울러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위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의 1차 예상 투자금은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일단 셀트리온그룹 차원에서 자체 투입한 뒤 설비 증설 등을 위해 추가 1조5000억 원을 외부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는 오는 2028년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제약 CI
◆ 동국제약, 화장품기업 인수…사업 다각화
동국제약은 화장품 연구개발기업 리봄화장품에 대한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동국제약은 지난해 10월 리봄화장품 주식 9만6600주를 사들이며 지분율 53.66%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리봄화장품은 화장품 연구개발 및 수출전문 제조기업으로 현재 26개국에 해외 거래처를 보유 중이다. 2015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동국제약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화장품 전문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국제약은 리봄화장품의 연구개발 및 제조 노하우를 앞세워 천연물 추출 기술력과 생약제제 개발력 등을 한 데 아울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로고
◆ 삼성바이오로직스, 항암 분야 관심…ADC시장 진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차세대 바이오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항암 분야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ADC 관련 생산시설도 올해 내 준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서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관련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보해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한다는 목표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기술을 보유 중인 유망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또한 ADC 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한 ADC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과 한국 '에임드바이오'에도 투자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ADC 신약 개발에 미리 대비하고,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 롯데도 ADC에 주목…롯바, CDMO 진출 준비 분주
롯데도 ADC에 주목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2022년 글로벌 톱10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을 목표로 내걸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제약사 BMS의 시러큐스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200억 원)로 인수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인천 송도에 CDMO 1~3공장 조성을 위해 첫발을 뗐다. 공장 건설에만 4조 원 이상 투입할 것으로 관측됐다.
ADC는 항체에 일종의 독성약물인 '페이로드'를 링커(Linker)로 연결한 차세대 항암신약 기술로, 마치 유도 미사일과 같이 원하는 부위의 암세포만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AD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억 달러에서 2028년에는 28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ADC의 본격적인 상업화를 위해선 생산이 필수인 만큼, 신약 개발에 맞춰 CDMO 기업들이 ADC를 새로운 원동력으로 보고 대폭 투자하고 있다. 결국 CDMO 경쟁력에 ADC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 오리온,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제약‧바이오 대세
이미 '대세론'을 굳혀 온 제약‧바이오업계에 진출하는 타업계 기업도 존재한다. 최근 제과기업 오리온이 국내 바이오텍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를 약 55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리온은 항암제 개발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오리온의 바이오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년 전 오리온은 '바이오'에 대해 신산업 분야로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준비해 왔다. 이에 2022년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한 뒤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판매에 주력해 왔으며 이번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통해 항암제 영역에도 본격 진입한 셈이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ADC 등 현재 글로벌 트렌드의 항암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다.
OCI 로고
◆ OCI, '국내 톱5 제약사' 한미그룹 합병
화학·소재 기업 OCI그룹이 국내 톱5 제약사인 한미약품을 보유한 한미그룹과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업계 큰 충격을 던졌다. 그 배경으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타업계의 높은 주목도가 꼽힌다.
실제 OCI가 속한 화학‧소재업계는 최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기업의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성장동력의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현상 심화로 인한 생명 연장 및 노화 관련 관심은 커지고 있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OCI그룹은 2022년 부광약품에 1461억 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로 등극한 데 이어 이번 한미그룹 합병으로 일약 국내 바이오의 강자로 올라섰다. 특히 한미약품은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국내 톱5 제약사다. OCI그룹은 신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를 낙점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OCI는 한미약품이 보유 중인 당뇨·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신약 탄생을 예고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한국형 비만약 개발을 위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최근 첫 환자 등록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