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권찬욱 기자] 687억달러(약 89조 원)라는 역대급 규모의 M&A 결정으로 지난해 전세계 게임 시장을 놀라게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이하 액블) 인수가 중대한 고비를 넘겼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MS의 액블 인수가 시장 경쟁을 위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결론을 내리고, 해당 인수를 승인했다. JFTC는 영국 경쟁시장청(이하 CMA), 유럽 규제위원회(이하 EC),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호주 경쟁소비자 위원회 및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사이에서 정보교환을 하면서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JFTC는 심사 개요에서 "MS가 경쟁관계에 있는 게임 개발·발행·판매·배급 사업에 관한 수평형 기업결합 외에 게임용 플랫폼 제공·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제공 사업 등과 액블의 게임 개발·발행 사업과의 관계를 고려한 수직형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심사했으며, MS와 액블의 사업 관계를 고려한 혼합형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면서 "심사 결과 이번 인수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MS의 액블 인수는 지난해 말부터 브라질·중동·세르비아·칠레·카타르·칠레·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 승인되어 왔지만, 미국·영국·EU·일본·중국·한국·뉴질랜드 등 7개국의 결과는 확정되거나 공개되지 않았었다.
특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생각보다 빠르게 승인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MS의 액블 인수에 대해 가장 큰 경쟁자인 소니가 본국인 일본에서 더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면서 누리꾼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일본 시장만 보고 판단하면 기종 간 매출 규모 차이가 나는데다 콜 오브 듀티 같은 킬러 타이틀도 딱히 없으니 자국 산업 보호 정도를 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소니가 자국 기업이라 립서비스는 해줄 줄 알았는데 일본 당국이 예상보다 단호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승인이 나지 않은 나머지 국가에서도 빠르게 인수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한국, 뉴질랜드는 기존에도 미국·영국·EU의 결정을 따라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기 때문에 사실상 최종 인수 승인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EC는 지난 3일 로이터 단독보도에 따르면 MS가 심사를 앞두고 닌텐도·엔비디아와 법적 구속력이 있는 10년 라이센스 계약을 진행하는 한편 모든 플랫폼 및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같은 조치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기존에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콜 오브 듀티' IP의 분리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전해지면서 사실상 승인이 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EU의 최종 결정이 5월 22일로 미뤄짐에 따라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CMA 역시 3월을 기점으로 우려에서 인수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CMA는 최근 MS가 '콜 오브 듀티' IP를 엑스박스에서만 독점적으로 서비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소니의 콘솔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쪽에도 장기적인 서비스 라이센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전해졌다. CMA 역시 오는 4월 MS의 액블 인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