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리지널사와 담합해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혐의로 이탈리아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로이터, 피어스파마 등 다수 외신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가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억압하기 위해 공모한 혐의로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 노바티스, 제넨텍 등 4개 제약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CGM은 이탈리아 금융경찰과 함께 이탈리아 내 바이오젠 및 노바티스 사무실에 대한 수색을 진행했며, 이탈리아가 아닌 네덜란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무실에 대한 수색은 AGCM과 네덜란드 규제당국의 공조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루센티스'는 제넨텍과 노바티스가 공동 개발한 라니비주맙 성분의 안과 질환 치료제다.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에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제넨텍이, 유럽에서는 노바티스가 판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Byooviz)'를 개발해 2021년 8월과 9월 각각 미국과 유럽, 2022년 5월 우리나라(국내 제품명 : 아멜리부)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바이우비즈'는 미국에서 승인된 최초의 안과용 바이오시밀러이자, '루센티스'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바이오젠은 '바이우비즈'의 해외 판매를 맡고 있다.
'바이우비즈'는 지난 2022년 6월 미국에서 출시됐으나, 유럽 발매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AGCM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젠이 '바이우비즈'의 미국 시장 조기 출시를 대가로 2022년 7월 '루센티스'의 유럽 특허가 만료된 뒤에도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른 시장에서 제품 발매를 연기하기로 오리지널사와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로슈와 노바티스는 특허 만료 이후에도 유럽 '루센티스' 시장 독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AGCM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노바티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은 AGCM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제넨텍과 이 회사의 모회사인 로슈는 조사와 관련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시장에 출시 되기 전인 2021년 '루센티스'의 글로벌 매출액은 4조 원을 웃돌았다. 이 중 미국 시장 매출이 1조 8000억 원으로 약 41%를 차지했다. 유럽 시장 매출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전체 매출의 약 30%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2년 미국 시장에서 '바이우비즈' 등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뒤에는 매출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루센티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약 2조 원으로, 바이오시밀러 출시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