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7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방광암 치료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제약업계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는 10월 30일(현지 시간), 8개 주요 시장(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방광암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8년 55억 달러(한화 약 7조 5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이전에 예측한 40억 달러(한화 약 5조 5000억 원) 대비 37% 증가한 수치다.
급격한 시장의 성장 요인은 60대 이상 남성의 방광암 유병률 증가다. 글로벌 데이터는 "주요 국가의 연평균 방광암 진단 건수는 2023년 28만 건에서 2028년 31만 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방광암은 초기에 진단을 받더라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 글로벌 데이터는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방광암 치료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방광암의 1차 치료 표준은 시스플라틴 기반 화학요법이다. 하지만 환자의 약 50%는 기저질환으로 인해 시스플라틴 투약에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환자들은 젬시타빈 또는 카보플라틴 조합을 사용하지만, 시스플라틴 요법 대비 효과가 낮은 편이다. 시스플라틴 적합 방광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3.3개월인 반면, 부적합 환자는 5.1개월에 그친다.
업계는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을 위해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의 병용을 통한 새로운 방광암 치료 옵션 발굴에 나섰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일본 아스텔라스제약(Astellas Pharma)의 ADC '파드셉'(Padcev, 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enfortumabvevedotin-ejfv)과 미국 MSD의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병용 조합이다.
'파드셉'은 암세포 표면에서 과발현되는 넥틴-4(Nectin-4) 막 단백질에 표적하고, 모노메틸 오리스타틴 E(MMAE) 화학요법을 전달하여 국소적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키트루다'는 PD-(L)1 면역관문(면역 세포 저해) 단백질을 억제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을 증폭시키고 이를 통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약물이다.
따라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 및 면역 세포를 매개한 간접 공격까지 더하여 방광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3년 12월 이례적으로 허가 신청서 접수 2주 만에 방광암 1차 치료제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허가한 바 있다. [아래 관련기사]
이러한 전망은 매출 전망으로도 나타난다. 아스텔라스 측은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의 FDA의 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파드셉'의 최고 매출액이 향후 40억 달러(한화 약 5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파드셉'이 방광암 치료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에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두 약물은 모두 정맥 주사로만 투약된다는 것이다. '파드셉'+'키트루다' 용법은 3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최대 1시간 동안 정맥 주사로 약물을 투약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경쟁기업들은 경구로 투약하여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개발을 통한 방광암 치료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방광암 치료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도 있다. 독일 바이엘(Bayer)의 '넥사바'(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sorafenib)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암 세포 표면의 여러 효소를 표적하는 다중 키나아제 억제제다. 하지만 방광암 세포에만 특이적으로 표적하는 게 아닌 만큼,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약물이 한미약품의 신계열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HM97662'다. 이 약물은 비임상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치료 경쟁력을 보이며 '파드셉'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HM97662'은 EZH1·2을 표적하는 경구제다. EZH1·2는 히스톤 메틸기전달효소로, 염색체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이를 통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고 세포 주기 및 분화에 도움을 준다.
이중 EZH2는 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된다. 당초 업계는 EZH2만을 표적하는 억제제 개발에 나섰으나, EZH2를 억제할 경우 EZH2를 보조하는 EZH1이 역으로 활성화되어 치료 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HM97662'은 EZH1와 EZH2를 동시에 표적하므로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이 실시한 전임상 실험 결과, 'HM97662'은 방광암 모델에서 내성 문제 없이 표준 치료제와의 뛰어난 병용 효과를 보여줬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한미약품은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호주 규제 당국으로부터 'HM97662'에 대한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고 현재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및 약동학을 평가하고 있다. 임상은 오는 2027~2028년 종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