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펠루비' 패밀리 [사진=대원제약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연간 55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원제약의 블록버스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펠루비(펠루비프로펜)'를 둘러싼 특허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는 15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 특허권을 바탕으로 독점적 시장 지위를 지켜내려는 대원제약과 제네릭 판매를 이어가려는 경쟁사들 사이의 희비가 어떻게 갈릴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특별3부(카)는 영진약품, 휴온스, 종근당 등 3개 제약사가 대원제약의 '펠루비프로펜을 함유하는 용출률 및 안정성이 개선된 경구투여용 약제학적 제제' 특허(이하 펠루비 제제 특허)에 대해 각각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상고심 3건의 판결을 오는 15일 선고하기로 하고, 이러한 내용의 판결선고기일 통지서를 각 소송 당사자에게 송달했다.
이번 상고심은 특허법원 2심 재판에서 패소한 대원제약이 불복해 제기한 것으로, 지난 2022년 10월 소장 접수 이후 약 2년 7개월여 만에 판결을 앞두게 됐다. 특허분쟁의 시작점인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2020년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양측의 법정 다툼은 5년여 만에 최종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현재 대원제약과 소송을 진행 중인 3개 제약사 중 영진약품과 휴온스는 이미 '펠루비' 제네릭인 '펠프스정'과 '펠로엔정'을 각각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이들 제약사는 제네릭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의 제네릭 판매가 특허침해로 판단될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영진약품은 펠루비 제제 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하나 더 추가로 제기했다. 앞서 진행 중인 특허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더라도 제네릭을 판매할 수 있는 근거를 새로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청구성립 심결을 했고, 대원제약이 이에 불복해 현재 특허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허법원은 판결을 장기간 미루고 있는 상태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펠루비는 대원제약이 지난 2008년 출시한 제품이다. 기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계열 약물(NSAIDs)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심혈관계 및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골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요통(허리통증)을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2017년 해열 적응증을 추가하며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거듭났다. 대원제약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15년 펠루비의 서방형 제제인 '펠루비 서방정'에 대한 허가를 획득하며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갔다.
이런 가운데 제네릭 공세가 시작되자 대원제약은 지난 5월 펠루비의 새로운 후속 제품 '펠루비에스'를 허가받으며 시장 방어선을 더욱 공고히 했다. 펠루비에스는 펠루비프로펜에 트로메타민 염을 결합한 약물이다. 기존 펠루비보다 체내 유효성분 흡수율을 높이고 위장장애 부작용은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들 펠루비 제품군은 후발 제약사들의 특허도전과 제네릭 공세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021년 287억 원, 2022년 389억 원, 2023년 440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555억 원에 달한다. 2021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와 달리 현재 판매 중인 펠루비 제네릭 펠프스정과 펠로엔정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정확한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된 생산 실적은 10억 원 미만이다.
펠루비프로펜 제제에 대한 시장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제네릭사들이 이 추세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펠루비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대원제약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펠루비는 이 같은 매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약가 인하 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21년 영진약품이 펠프스정을 출시하자 펠루비의 약가를 인하한 바 있다. 제네릭 발매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 인하에 해당하는데, 대원제약은 이에 불복해 현재 복지부를 상대로 약가 인하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허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네릭이 출시됐고, 소송 결과에 따라 제네릭 출시 자체가 위법이 될 수 있는 만큼, 약가 인하는 부당하다는 취지다.
만약 대법원이 펠루비 특허분쟁에서 영진약품을 포함한 제네릭사들의 특허 회피를 인정하는 판결을 할 경우, 대원제약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진행 중인 펠루비 약가 인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원제약이 펠루비 특허분쟁에서 패소하면 약가인하 취소 소송에서도 명분을 잃게 된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대원제약에도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후발 제약사들이 패소하면 그동안의 제네릭 판매 행위가 특허침해에 해당하게 된다"며 "특허침해로 판단되면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대법원 판결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